'중국은 재채기를 했을 뿐이다. 본격적인 제재는 시작도 안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객 규제와 한류스타 방송 제한, 한국산 상품에 대한 통관강화 등 일련의 보복성 조치를 취하면서 한중 관계 냉각에 따른 후폭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나 중소여행사들은 손님이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면세점이나 백화점들도 매출감소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라며 지나치게 격앙된 반응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보문제를 경제문제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현단계에선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 "중국의 규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왼쪽부터)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분기가 고비, 전략적 인내 필요"
팩트 파인딩(사실규명)을 정확히 해야 한다. 관광객 감소, 화장품 반입 금지 등 개별 이슈보다는 실제적인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움직임을 봐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6% 줄었다. 중국 수출은 9% 감소했다. 이 정도로는 중국이 한국에 무역보복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중국 수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품목이 자동차, 휴대폰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화장품 산업에 대한 제재는 사드배치보다는 중국의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봐야 한다. 화장품 업체들은 답답하겠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굳이 자동차 시장을 규제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현대차가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는 규제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결국 지금 중국의 규제 움직임은 사드배치에 대한 무역 보복이라기보다는 자국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봐야한다.
중국이 규제하려고 마음먹으면 효과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수입규제를 강화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시비가 붙어 중국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 있다. 그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란 얘기다. 예를 들어 중국내 한국 현지법인을 압박하는 것이다. 환경규제를 강화하거나 세무조사, 노사관계 조사를 철저히 시행하면 현지법인은 타격이 크다.
한국은 앞으로 전략적 인내를 해야 한다. 사드배치로 인한 불이익은 어느 정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중국이 자극할 때마다 비명지르고, 언론에서 앞장서서 문제를 키워선 안 된다. 의연하게 넘어갈 때 상대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도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오는 2분기가 중요하다. 중국이 사드 결정 자체를 흔들기 위해 더 강한 제재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은 모든 네트워크를 가동해 중국 핵심부가 뭘 생각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탐지해야 한다.
#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최악 대비한 리스크 관리"
점차 중국의 관광객이 줄어들거고 전반적으로 경제부문에서 중국 압박이 들어올 것이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하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각자 리스크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 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엄격한 법집행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 불편을 주는 정도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 강행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10단계 중 2~3단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압박을 완화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지나친 불안감 안돼"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국격을 유지해야 한다.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당당하고 원칙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드로 중국이 압박한다고 뒤로 물러서면 앞으로의 한중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마찰요인이 있을 때마다 물러서면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장기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은 50년, 100년 가는 관계다. 더욱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말도 언론에서 하는 얘기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실제 화장품이 통관에서 불합격된 이유는 중국이 요구한 기준을 지키지 않아서다. 이것은 한국 기업으로서 지켰어야 할 부분이다. 없던 기준을 만들어서 요구하면 보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눈감아줬던 기준을 이제는 준수하라는 정도다.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진짜 보복은 시작도 안 했다. 언론이 주도해서 국민들이 불안감만 조성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
최근 중국의 움직임은 자국내 문화산업 육성에 가깝다. 한국이 문화산업을 점령해버리니까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전략적이고 의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문화는 규제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한국 문화산업이 고도화되고 매력적이면 사람들은 결국 한국 문화산업 찾을 수밖에 없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