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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중국 롯데마트 매각의 의미

  • 2018.04.30(월) 09:12

화북법인 21개점 중국 로컬업체에 매각
매각 몰꼬 터…남은 3개 법인 처리 관심


드디어 물꼬가 터졌습니다. 중국 롯데마트 이야기입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애초 롯데그룹은 연내 중국 롯데마트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인수 희망자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롯데마트를 사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눈 밖에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이 만나기로 하면서 중국의 태도가 180도 변했습니다. 한반도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싶어 했던 중국 정부는 한국과 북한, 미국의 외교 공조 모습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때부터 중국은 한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현안 중 하나였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풀어준 겁니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변하자 인수 희망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중국 롯데마트의 화북지역 매장 21곳을 중국 로컬업체인 우마트(物美, wumei)그룹에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매각 대금은 2485억원입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그동안 고구마 행보를 보여왔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급물살을 탈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롯데그룹이 원하던 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대부분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도 열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문을 닫는다는 것이 폐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업정지였기에 운영을 하지 못했고, 대신 직원들 인건비나 매장 임대료 등은 계속 지급해야 했습니다. 앉아서 돈만 까먹은 셈입니다.

중국 정부가 노렸던 게 이것입니다. 주한 미군에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괘씸죄를 적용한 겁니다. 그 탓에 중국 내 롯데마트는 식물인간이 돼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롯데마트에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던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롯데그룹은 중국의 고사(枯死) 작전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하게 됩니다.


애초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를 통째로 매각하려 했습니다. 롯데마트는 중국 전역에 총 112개 매장(지난 3월 2개점 폐점으로 현재는 110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통업의 특성상 중국 전역에 구축해둔 촘촘한 유통망은 인수 희망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롯데그룹도 이런 점을 어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통째로 매각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습니다. 중국 정부의 견제도 걸림돌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를 총 4개 권역별로 나눠 쪼개 팔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화북지역법인 21개 매장 매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나머지 3개 권역의 법인들도 현재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일부 지역법인은 인수 희망자들과 상당히 의미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덩치가 작아진 데다 중국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의 선택은 적절해 보입니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에 관심이 있는 곳은 대부분 중국 로컬업체들로 알려졌습니다. 처음 매각을 진행할 때에는 태국의 CP그룹이 인수에 근접했던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중국 로컬업체들의 경우 정부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관심이 있어도 쉽게 뛰어들지 못했던 겁니다. 반면 태국의 CP그룹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CP그룹이 중국 롯데마트가 아니라 중국 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중국 로컬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가 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쟁자가 많아지게 됩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흥행 성공은 물론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화북법인 매각대금 2485억원도 적절한 가격을 받았다는 평가입니다.

앞으로 나머지 법인의 매각 상황도 지켜봐야 하겠지만 작년보다는 훨씬 상황이 괜찮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전반적인 딜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매각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분위기는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본격화됐다는 점은 롯데그룹 전반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 상태입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각 BU별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있습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롯데그룹에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차질이 예상되던 여러 현안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우려는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매각이라는 큰 현안을 제대로 마친다면 황각규 부회장은 물론 롯데그룹 전반의 위기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될 겁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롯데마트 매각과 같은 큰 건이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잘 마무리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따라서 이번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남은 3개 법인의 매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또 난항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만큼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해도 될 듯합니다. 앞으로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과연 롯데는 이번 매각 건을 잘 매조질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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