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는 20대 젊은 소비층을 위해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맛을 겸비한 발포주 신제품 ‘필굿(FiLGOOD)’을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필굿(FiLGOOD)’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오비맥주는 '필굿'에 소비자들이 맥주와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 패키지 전면에 ‘Happoshu(발포주의 영어표기)’라는 문구를 표기했다.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만원에 12캔’을 살 수 있다. '필굿'은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355㎖, 500㎖ 캔 두 종류로 생산된다. 다음 달 중순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국내 맥주시장의 침체와 연관이 있다. 수입맥주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맥주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이 국내 맥주 점유율을 추월한 지는 오래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업체들은 돌파구를 모색해왔고 발포주는 그 일환이다.
발포주는 일본의 장기불황 시기인 1990년대 중반 등장했다. 맥아 함량이 맥주보다 낮아 기타주류로 분류되다 보니 맥주보다 세금이 덜 매겨진다.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맛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탄산 맛이 강하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와 비슷하다. 저렴한 가격에 맥주와 비슷한 풍미를 즐길 수 있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미 작년 여름 발포주 시장 진출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오비맥주는 맥주 종량세 도입이 무산되자 발포주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현재와 같이 맥주 종가세가 유지되는 한 국내 맥주업체들은 '1만원에 4캔' 수입맥주를 가격에서 이길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발포주 국내 출시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마침 오비맥주도 10여 년 전부터 발포주를 생산하고 있다. 모회사인 AB인베브의 발포주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해왔다. 발포주 레시피는 물론 생산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 발포주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판단아래 출시 시기를 정하지 않았을 뿐 이미 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맥주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시장을 선점하자 오비맥주도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국내 발포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독점해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7년 4월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이후 '1만원에 12캔' 전략이 성공하면서 국내 발포주 시장을 온전히 가져갔다. 이 시장에 오비맥주가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 발포주 시장이 이제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에선 오비맥주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발포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선점한 상태다. 선발주자인 하이트진로가 시장을 지켜낼지 아니면 오비맥주가 맥주시장에 이어 발포주 시장에서도 하이트진로를 제칠지도 새로운 관심사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차별화된 맛과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