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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11번가엔 'A특공대'가 있다

  • 2019.03.29(금) 09:58

최슬기·나혜영 11번가 딜 팀 매니저 인터뷰
획일적 상품 구성 탈피…참신한 핫 아이템 발굴
거래액 등 숫자 구애받지 않고 아이디어로 승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영화나 드라마 한 편씩은 있을 테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영화나 드라마는 그 시절을 추억하는 매개가 된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거의 없던 내게 TV는 유일한 문화생활의 창구였다. 매주 토요일 밤 만나는 '토요명화'는 늘 나를 설레게 했고, 지금은 '미드'로 불리는 미국 드라마들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브이'를 보며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진짜 현실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고, '전격 Z작전'의 키트나 '에어울프'의 헬기를 볼 때면 입이 떡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미드는 매주 월요일 밤 방송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A특공대'였다. 각기 다른 특출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뤄 악당들을 척척 물리치는 전형적인 액션 코미디물이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적을 낚는 재주를 가진 '한니발', 무엇이든 팀이 필요로 하는 물품은 반드시 구해오는 '멋쟁이', 뛰어난 비행 솜씨를 자랑하는 '머독', 손재주가 좋은 데다 팀에서 완력 사용을 주로 담당하는 'BA'까지 그들의 팀워크는 누가 봐도 최고였다. 어떤 악재를 만나도 단단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과 그 사이사이 숨어있는 유머코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11번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 회사에 돈 안되는 아이템만 발굴해 판매하는 재미있는 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희한했다. 돈 안되는 아이템만 발굴하는 팀 자체도 이색적이었지만 그걸 또 내버려 두는 회사도 신기했다. 그래서 부탁했다. 한 번 만나보자고. 이번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최슬기 11번가 딜 팀 매니저(사진 왼쪽)와 나혜영 매니저.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지난 26일 11번가 '딜 팀(Deal Team)'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를 찾았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니 무척 부산스러웠다. 테이블 위에는 그동안 딜 팀이 기획, 판매했던 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순간 당황했다. "다 보여 드리고 싶어서…"라는 말에 웃음이 났다. 자신들이 기획하고 고민하고 판매한 제품들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회의실이 들썩였다. 두 여성분의 유쾌한 목소리와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그동안 꽤 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인터뷰 시작 전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느 타이밍에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회의실 분위기는 '업(Up)'돼있었다.

두 사람은 무척 가까워 보였다. 같은 회사 팀원이 아니라 마치 동네에서 만난 언니와 동생 같았다. 최슬기 11번가 딜팀 매니저와 나혜영 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자리에 앉아서도 기분 좋은 수다는 끝이 없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먼저 딜 팀이 어떤 팀인지 소개부터 부탁드려요"라며 진지하게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인터뷰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다.

갑작스러운 진지함이 통해서였을까. 다행히 인터뷰가 진행됐다. 내심 안도했다. 최 매니저는 "딜 팀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싱해 제작부터 참여, 단독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고 기존 상품에 아이디어를 얹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일을 한다"며 "기존 11번가에서 보여주지 못한 상품이나 SNS에서 핫한 상품들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나 매니저는 "상품을 동영상을 통해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면서 "최근에는 SNS를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상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곳이 많아 이들에게 11번가라는 새로운 판로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딜 팀이 그동안 선보인 제품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큰 화제를 모았던 '괄도 네넴띤'은 물론 '미니언즈 에어팟 케이스', '타요 갑티슈', '인형꽃', '벌레과자'에 이어 심지어 최근엔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했다. 딱 봐도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에서 볼 수 있던 제품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다고 이 모든 제품들이 소위 대박을 친 것은 아니다. 많은 제품들이 주목받지 못했다. 최 매니저는 "괄도 네넴띤, 탁상용 공기 청정기, 미니언즈 에어팟 케이스 정도가 대박을 친 사례"라며 "하지만 회사에서 거래액으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어디서나 판매하는 제품을 똑같이 노출해 가격경쟁에 나서는 건 지양한다. 그래서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딜 팀은 작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이상호 11번가 대표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11번가를 '커머스 포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커머스 포털이 제 기능을 하려면 검색 시 없는 상품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11번가에만 있는 제품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딜 팀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커머스 포털' 만들기의 시작점인 셈이다.

최 매니저는 "대표께서 매번 딜에 같은 상품만 보여지는 것 같다. 새로운 상품이 있어야 한다. SNS에서 핫한 것은 11번가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우리 팀은 매출 등에 구애받지 않는 제휴 시너지 그룹 소속이다. 그래서 업체와 수수료 조정도 최대한 자제한다.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려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딜 팀은 20명 정도로 꾸려져있다. 각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인원들로 뽑았다. 레저, 뷰티, 가전, 영업, 마케팅, 기획 등 대부분 영역을 총망라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그 의견에 대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딜 팀은 다른 팀들과 비교해 분위기가 자유롭고 서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두 인터뷰이의 유쾌함은 여기에서 나온 듯싶었다.

나 매니저는 "팀 분위기가 매우 자유롭고 분위기가 무척 좋다. 갑자기 아이디어를 내놓고 자유롭게 토론한다"면서 "예전 팀에선 루틴한 행사들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박람회도 가고, 뉴스도 챙겨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팀원들끼리 말을 이렇게 많이 하는 건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다. 우리 층에 들어서면 우리 팀만 항상 시끌시끌하다"고 소개했다.

11번가 딜 팀의 이야기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조직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딜 팀에 부여된 자율성과 참신함, 다양성 등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품 제조업체들의 반응도 무척 좋다. 11번가는 큰 브랜드의 상품만 나가는 줄 알았던 업체들에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대형 식품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와 콜라보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밝은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부분도 있는 법. 처음 딜 팀을 구성하고 상품을 론칭했을 때 회사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많았다. 해당 상품의 영업 MD 입장에선 딜 팀의 거래가 자신의 담당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딜 팀 내부적으로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에서 '딜 팀이 기획한 것은 딜 팀이 판매'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최 매니저는 "딜 팀에서 기획한 상품이 히트를 쳤을 때 대표께서 직접 전체 메일로 딜 팀을 칭찬해준 일이 있다"며 "그때 정말 뿌듯하고 좋았다. 가끔씩 직접 메일로 '잘 보고 있다. 정말 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실 때마다 큰 힘이 난다. 최근에도 쌍용차 코란도 완판을 기록했는데 대표께서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나 매니저는 "현재 동영상 등을 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촬영 장소가 마땅치 않아 탕비실에서 찍기 일쑤다. 인력도 부족하다.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좀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SNS 팔로워 수 1000명이 현재 목표"라고 밝혔다.

최 매니저는 "5억원짜리 내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현재 여러모로 갖춰가는 단계다 보니 내부 소스가 많이 부족하다. 페이지를 만드는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우리 딜 팀이 기획하고 준비하는 상품들이 11번가 안에서 고객들에게 좀 더 특별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면서 계속 웃음이 났다. 한판 크게 논 느낌이었다. 귓가에는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들이 가진 이런 긍정 에너지들이 지금의 딜 팀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A특공대'가 떠올랐다. 각자가 가진 다양한 재능을 살려 위기를 헤쳐가는, 새롭고 참신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유쾌하게 선보이는 그들은 분명 11번가의 'A특공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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