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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흑자' 11번가, 마냥 웃지 못하는 속내

  • 2019.08.09(금) 08:31

올해 1분기 이어 2분기도 흑자…수익성 경영 성과
수익성 지속 여부 의문…일각에선 쿠팡과 합병설

11번가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때 자본잠식 직전까지 갔던 갈 감안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11번가는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탓에 수익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장은 먼 얘기긴 하지만 쿠팡과 합병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한다.

◇ 일단 성과는 냈는데

그동안 11번가는 한동안 적자에 시달려왔다. 그 탓에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모회사인 SK텔레콤 입장에서도 고민이었다. SK텔레콤의 멤버십 강화를 위해서는 e커머스 사업이 필수다. 하지만 e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11번가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적자로 힘겨워했다. 11번가도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작년 11번가를 독립시켰다. 더불어 외부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자립을 위한 힘을 실어줬다.

SK텔레콤이 11번가를 독립시킨 것은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SK텔레콤의 우산 속에서 안주하지 말고 따로 떼내 실탄을 쥐여주며 직접 살아남으라는 미션을 준 셈이다. SK텔레콤이라는 우산에서 나온 11번가는 본격적으로 외형을 줄이고,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무분별한 할인쿠폰 발행을 줄이고 고객들에게 맞춤형 혜택을 부여했다. 또 11번가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단위 : 억원.

그 결과 11번가는 지난 1분기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어 2분기에도 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액수는 적지만 작년 9월 독립한 이후 첫 분기 연속 흑자라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11번가는 벼랑 끝에 몰렸다가 외부 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긴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가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가능성도 확인했다. 비록 매출 등 외형은 줄었지만 마케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월간 십일절' 행사가 대표적이다. '월간 십일절'은 매달 11일  200여 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행사로 큰 폭의 할인과 더불어 11번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제품들로 꾸몄다. 이 행사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지난 6월 십일절엔 하루 결제 고객 수만 60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 계속 제기되는 '쿠팡 합병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11번가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은 분명 큰 성과이긴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비용 절감을 통한 쥐어짜기라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도 비용 절감 외에는 딱히 수익을 낼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즉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또 11번가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커머스 포털'도 기존 다른 경쟁사들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현재 가장 경쟁이 치열한 e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의 경우 매년 1조원의 손실을 입으면서도 꾸준히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e커머스 시장 1위인 이베이코리아도 계속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11번가와 쿠팡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SK텔레콤이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오는 2022년까지 11번가를 상장하거나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점도 변수다. 11번가가 계속 성과를 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니라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만일 합병이 성사될 경우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은 합병 법인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e커머스 사업을 사내 플랫폼 생태계로 활용할 수 있다. 주요 주주로서 투자자산으로만 관리하면서 e커머스 사업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SK텔레콤의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적자였던 11번가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도 멤버십 서비스 강화였던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 성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11번가와 쿠팡의 합병 가능성은 너무 먼 이야기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합병을 위해서는 기업가치 산정이 중요한데 11번가와 쿠팡의 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 지난 2017년 SK텔레콤이 신세계와 롯데를 대상으로 11번가 매각 혹은 투자 유치 여부를 타진했을 때도 기업가치 산정에서 이견을 보여 결국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11번가와 쿠팡도 상호 기업가치에 대해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쿠팡은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10조원, 11번가는 4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도 확실하진 않다. 지난해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유치할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3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합병 논의를 시작한다면 다시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한다. 그때 11번가의 실적과 시장 내 지위, 성장 가능성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다. 더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반면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소프트뱅크가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5년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우버차이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이듬해 디디추싱 지분 17.5%를 우버에 주고, 현물출자 형태로 우버차이나를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이런 방식으로 쿠팡과 11번가의 합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로도 들릴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다 누가 살아남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어느 누구든 한계에 다다르면 합병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지금도 업체 간 출혈은 극심한 상태다. 결국에는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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