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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성장 쿠팡]下 이커머스 최종 포식자 될까

  • 2020.04.21(화) 16:54

쿠팡 수익성 개선 '온라인 업계 재편' 속도
M&A 등 경쟁사 몸집 불리기·네이버도 변수

쿠팡은 그동안 국내 주요 유통 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온라인 쇼핑 업계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만 쿠팡의 미래에는 항상 물음표가 붙었다. 몸집이 커질수록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졌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쿠팡은 이런 우려를 뒤집고 의외의 실적을 내놨다. 매출 규모를 여전히 빠르게 키우면서도 적자를 눈에 띄게 줄이면서 '희망'을 보여줬다. 쿠팡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쿠팡의 추가 투자 자금 유치는 충분히 가능하다. 쿠팡의 행보는 온라인 시장 재편의 트리거가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예단할 수 없는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에 대해 객관적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SK증권)

쿠팡이 지난해 놀라운 성적표를 내놓자 증권가에선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쿠팡의 성장세가 워낙 가파른 데다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 덕분에 추가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경쟁사들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는 쿠팡이 업계 재편의 '트리거'가 된다는 의미일 뿐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아니다. 당분간 쿠팡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쿠팡이 국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쿠팡은 여전히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실제 쿠팡의 경쟁사들은 인수·합병(M&A)이나 상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엔 검색 강자인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수익성 개선으로 추가 투자 가능성"

쿠팡은 여전히 자금이 더 필요하다. 그간 쿠팡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추가 투자를 하든, 아니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든 돈을 더 끌어와야 만 하는 입장은 그대로다. 지난해 적자가 더해지면서 이제 누적 적자 규모는 3조 7000억원에 달하고, 물류시스템 등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구상도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적자가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데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 쿠팡의 성장은 때가 되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 쿠팡이 적자 규모를 확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증권가의 전망도 180도 달라졌다. 이제 충분히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의 업계 재편이 빨라질 것이란 분석도 쿠팡의 추가 투자 가능성에 근거한다. 쿠팡이 앞으로도 꾸준히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몸집을 불릴 경우 경쟁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프트뱅크가 추가 투자에 나서면 향후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11번가와 G마켓 등 경쟁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 하락과 함께 기업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유통시장 재편이 빨라질 수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경쟁사 '매각·상장' 움직임 분주

다만 이런 전망이 곧 쿠팡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쿠팡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경쟁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반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쟁사들 역시 저마다 의미 있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어 쿠팡이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우선 최근 매각설에 휩싸인 이베이코리아는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연간 1조 9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보다 12%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615억원을 내면서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장기간 유의미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베이코리아가 이번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부동의 1위 입증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식의 '오픈마켓' 위주여서 매출은 주로 중개 수수료로 이뤄진다. 반면 쿠팡은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어서 판매액이 고스란히 매출로 잡힌다. 

이에 따라 두 업체를 비교하려면 매출보다는 소비자가 해당 사이트에서 얼마나 물건을 샀느냐를 알 수 있는 '거래액'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8조원가량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최대 17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결국 거래액으로만 따지면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1위 자리를 지켰다는 결론이 나온다.

상장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곳들도 있다. 티몬은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현재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티몬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적자를 줄이는 작업에 나섰고, 지난 3월 처음으로 월 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1번가 역시 지난해 14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상장 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11번가의 경우 그간 꾸준히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적이 발목을 잡곤 했다. 실제로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지난 2월 11번가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불리거나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위 2개사의 점유율은 각 10% 수준에 불과한 만큼 확실한 승자는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1위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며 그야말로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 "네이버, 검색 무기로 이커머스 위협"

쿠팡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네이버다. 실제 최근 들어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네이버라는 분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물론 이베이코리아보다 더 많은 거래가 네이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는 지난 2월 한 컨퍼런스에서 네이버가 검색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은 쇼핑할 때 무조건 검색부터 한다"면서 "결국 검색 결과가 정확하고 여러 상품의 최저가를 비교할 수 있으며 모바일에서 볼 때 편리해야 하는데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은 네이버"라고 분석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역시 "네이버 온라인쇼핑 경쟁력은 압도적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라는 상품 경쟁력"이라며 "네이버를 통해서 상품 정보를 구하는 구매 패턴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 적자 규모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네이버뿐만 아니라 최근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경쟁 구도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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