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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조선호텔의 '못먹어도 고(Go)!'

  • 2019.06.19(수) 14:41

면세사업 부진에다 레스케이프 호텔 흥행 실패
적자 행진에도 확장…'체인화'로 해외진출 목표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5년째 적자다. 지난 1분기에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야심작이었던 '레스케이프(L'escape) 호텔'의 흥행 실패 탓이 컸다. 하지만 신세계는 앞으로도 호텔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은 성과보다 투자가 필요한 때라는 판단 때문이다.

◇ 계속된 적자…재무부담 가중 우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1분기 5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적자는 2014년부터 계속됐다. 2013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그동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건 면세사업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DF로 이원화돼 있었다. 수익성은 신통치 않았다. 특히 신세계조선호텔의 면세사업부는 2014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적자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2015년에는 영업 손실이 384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2017년 면세사업을 신세계DF로 통합했다.

단위 : 억원.

당시 업계에선 신세계조선호텔이 만년 적자였던 면세사업을 정리한 만큼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번에는 신세계조선호텔의 독립 브랜드인 레스케이프가 문제였다. 지난해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은 오픈 당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탓에 흥행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신세계조선호텔은 작년에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현재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호텔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상당기간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호텔사업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업계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의 이익 창출 시기가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레스케이프 호텔 부진에다 신규 운영 호텔의 초기 비용 부담, 기존 호텔 개보수 등으로 재무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야심작 '레스케이프 호텔' 흥행 실패

면세사업을 정리한 신세계조선호텔은 본격적으로 호텔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이 대표적이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신세계가 그룹 차원에서 론칭을 직접 챙길 만큼 각별히 신경 썼다. 이 때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오픈 당시 프랑스 파리를 표방하면서 실험적인 인테리어와 반려견 동반 투숙 객실과 독특한 호텔 자체상품(PB) 판매 등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내심 흥행을 기대했던 신세계조선호텔은 쓴맛을 봐야 했다. 다른 국내 호텔과 달리 객실료를 높게 잡았다. 대신 식음료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생소한 콘셉트에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부티크 호텔임에도 특급 호텔보다 비싼 객실료가 패착이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30%에 미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다른 호텔들의 70%와 비교하면 격차가 컸다.

레스케이프 호텔.

레스케이프 호텔을 시작으로 호텔사업 확장에 나서려 했던 신세계조선호텔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호텔시장에 새로운 콘셉트로 틈새를 노리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탓에 신세계조선호텔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그러자 시장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 초기에만 하더라도 그룹에서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역시 신세계답다'라는 반응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특급호텔에 비해 높은 객실료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트렌드를 너무 앞서나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 신세계조선호텔의 '큰 그림'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도 신세계는 호텔사업 확장 정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 이내에 독자 브랜드 호텔 5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신세계조선호텔의 구상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동안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등 호텔 3곳만 운영해 왔다. 하지만 레스케이프 호텔을 시작으로 이제는 독자 브랜드의 호텔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르네상스호텔을 재개발하는 이지스자산운용과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호텔 운영권을 확보했다. 또 SK D&D가 건설 중인 서울 중구 숙박 시설을 마스터 리스한 후 비즈니스호텔로 운영한다. 이밖에도 부산 해운대 노보텔 부산과 제주의 켄싱턴 제주도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할 예정이다. 대규모 직접투자가 아닌 '임차 운영'을 통해 호텔 운영의 경험을 쌓으려는 전략이다.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렇다면 신세계는 왜 호텔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우선 면세점과의 시너지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을 확보하면서 롯데와 신라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호텔사업을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세계도 이런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랜 기간 서울과 부산에서 웨스틴 조선호텔을 운영한 노하우에 레스케이프 호텔 등 독자 브랜드 운영 경험을 살려 궁극적으로는 '호텔 체인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신세계 호텔 브랜드를 제고하고 나아가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것이 신세계 호텔사업의 '큰 그림'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지속에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이미 그려둔 큰 그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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