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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파격 인사'에 숨겨진 키워드 두 가지

  • 2019.10.21(월) 16:08

강희석 신임 대표, '옴니 채널' 강조
신선식품 강화로 상품 경쟁력도 확보

신세계그룹이 선택한 이마트의 새 수장은 강희석 전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다. 업계에선 이마트의 이번 인사를 '파격'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대표가 창사 이래 첫 외부 인사인데다, 50대의 비교적 젊은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의 향후 나아갈 방향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신임 강 대표는 평소 '옴니 채널'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마트는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선식품 강화에 나섰다. 이번 인사에 담긴 두 가지 키워드다.

◇ '옴니 채널' 강화

당초 업계에선 이마트 신임 대표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를 점찍었다. 이마트가 온라인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강희석 전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다. 업계에선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강 대표가 신임 이마트 대표로 낙점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부에서 일했다. 이후 2005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2014년부터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맡아왔다.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은 물론 실물에 대해서도 전문가다. 유통산업의 흐름과 트렌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평소 '옴니 채널'을 강조해왔다. 옴니 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비 형태다. 현재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모두 고민하는 지점이다. 이마트도 온라인 강화에 힘을 싣고 있지만 기반인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시너지를 어떻게 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강 대표는 이 분야 전문가다. 신세계그룹이 그를 낙점한 이유다.

강 대표는 특히 모바일 판매채널의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강화와 더불어 오프라인은 이를 지원하는 형태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성공의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던 이마트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 신선식품에 방점

이마트는 이번 인사와 더불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마트의 이번 조직 개편에서도 향후 이마트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이마트는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아울러 그로서리 본부 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 1담당과 신선 2담당으로 재편했다.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이마트가 조직을 크게 식품과 비식품으로 나눴다는 것은 그만큼 식품 부문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식품 부문 내에서도 신선 담당을 둘로 나눠 신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마트가 오프라인 채널 활성화의 첨병으로 신선 식품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설되는 신선 2담당에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 발령받은 최진일 상무보가 선임됐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신선 식품은 대형마트가 가진 강점이다. 대량 매입과 자체 보관창고,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식재료를 값싸고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신선식품 부문의 강점이 큰 역할을 했다. 오프라인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마트로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문을 특화해 상품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신임 강 대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옴니 채널이 성공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한곳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상호 보완적임과 동시에 각자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 여전히 남은 물음표

업계에선 이마트의 이번 파격 인사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1위 대형마트의 변신에 주목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인적 쇄신만으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그만큼 이마트의 파격 행보는 유통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신임 강 대표가 과연 제 역할을 해줄지 여부가 관심사다. 유통산업 정책과 실물에 밝다고는 하지만 직접 유통산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상당 기간 온라인 활성화에 집중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고객 유입 감소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이 두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주도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임 강 대표에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전권을 부여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정 부회장이 신임 강 대표를 주목했던 이유도 그가 평소 소신으로 내세웠던 옴니 채널 때문이었다. 따라서 강 대표가 이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그의 생각을 좀 더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의 파격적인 행보는 분명히 눈여겨볼 대목"이라면서 "이는 그만큼 현재 국내 유통업계가 큰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신임 강 대표도 이제 유통산업에 직접 발을 담그게 된 만큼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다를 수 있다. 그가 이 간극을 얼마나 잘 메울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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