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신동빈 쇄신 인사 키워드는 '실적·미래·세대교체'

  • 2019.12.19(목) 17:09

유통 계열사 수장 물갈이…"성과평가 기반 인사"
미래 사업에 '힘'…현장형 젊은 대표 대거 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강도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적이 부진한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고, 온라인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엔 더욱 힘을 실어줬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젊은 인사들을 새로운 수장으로 앉혔다는 점도 특징이다.

큰 틀에서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이 계열사 수장들을 대거 교체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실적 부진' 유통·식품 수장 대거 교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성과에 따른 과감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통 부문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은 최근 유통 패러다임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유통 부문에서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지난 2017년부터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을 이끌던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신임 유통BU장에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롯데백화점 대표)가 선임됐다. 강 신임 BU장은 유통BU장과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된다.

또 유통BU장을 비롯해 백화점과 슈퍼, e커머스, 편의점 등 주요 계열사 수장 대부분이 교체됐다. 반면 올해 유통 계열사 중에서 비교적 실적이 좋았던 롯데홈쇼핑의 경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이완신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성과 평가에 기반한 인사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식품 부문에서도 실적에 따른 인사가 이뤄졌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던 주류 부문 김태환 대표가 물러나고 대신 음료 부문을 담당해온 이영구 대표가 주류 부문까지 모두 맡게 됐다.

롯데월드타워 /이명근 기자 qwe123@

◇ 힘 실린 강희태 BU장 '미래 경쟁력 강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를 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먼저 강 BU장이 겸임하는 롯데쇼핑 대표의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쇼핑과 각 사업 부문(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을 통합 법인 체제로 재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각 사업부 수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이제는 '사업부장'으로 사업 운영만 담당한다. 이를 통해 강 BU장은 통합 법인의 수장으로서 전 사업부의 투자와 전략, 인사를 총괄하게 된다.

그간 롯데그룹은 계열사 책임 경영이라는 기조 아래 각 계열사 대표가 사업 계획과 인사 등을 책임져왔다. 이런 구조에선 유통BU장은 옥상옥 구조가 될 수밖에 없고,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강 BU장을 필두로 한 롯데쇼핑이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강 BU장은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이커머스 사업 본부를 총괄해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 8개 계열사의 통합 모바일 쇼핑몰인 '롯데 온(ON)'을 내년 상반기 론칭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로 이 사업을 보다 강하고 연속성 있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현장 아는 '젊은 인재'로 세대교체

50대 초·중반의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롯데의 간판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 사업부장으로 황범석(54)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전무)을 선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사장급 인사가 주로 맡아왔던 롯데백화점 수장에 전무급 인사가 선임된 건 이례적이다. 황 신임 사업부장은 올해 롯데 유통 계열사 중 실적이 가장 좋았던 홈쇼핑에서 LBL를 비롯한 고급 자체 브랜드(PB)로 성과를 내는 등 상품 소싱 능력을 인정받아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슈퍼와 롯데e커머스 사업부를 각각 맡게 된 남창희(53) 롯데마트 전무와 조영제(53) 롯데지주 전무 역시 젊은 축에 속한다. 기원규(53) 롯데컬쳐웍스 신임 대표와 최경호(51) 코리아세븐 대표도 젊은 CEO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은 측은 "50대 중반의 CEO를 대거 선임하고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을 적극 발탁하는 등 인사 쇄신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