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쥐를 뜻하는 경자년의 해가 밝았다. 흰쥐는 지혜롭고 생존력이 뛰어나 쥐들 중에서도 우두머리로 꼽힌다. 신약 개발에 있어 쥐 실험은 필수적인 만큼 제약업계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이에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제약업계 '쥐띠' 최고경영자(CEO)들을 살펴봤다.
먼저 1972년생으로는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조성배 조아제약 대표이사 등이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으로 오너 3세다. 1998년 입사해 2016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허 대표이사는 부사장 당시 수입에 의존했던 독감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수두백신, B형간염 백신 등을 통해 백신의 국산화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백신의 해외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해외 누적 수출액만 2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허 대표이사는 자체 개발한 백신의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에 자회사 '큐레보'를 설립해 최근 대상포진 백신의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혁신을 통한 '글로벌 GC'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밝히며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 '대박' 이어 유럽서 사업 다각화 모색
1972년생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도 임성기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다. 2000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이후 북경한미약품 부사장을 거쳐 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그는 북경한미약품 부사장 당시 중국에서 어린이 의약품 시장을 공략하면서 1억 위안에 불과했던 매출을 10배가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인구가 많은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을 간파하고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부모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제는 중국을 넘어 이탈리아 등 유럽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임 대표이사는 한미사이언스 계열사로 코리(COREE)그룹을 설립하고 아시아와 유럽, 미주에 현지법인을 뒀다.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마더 앤 차일드 앤 비욘드 바이오뱅크'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질병 연구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화장품 분야서 제조사 개발생산에 집중
아울러 윤상현, 이호경 대표이사와 함께 한국콜마를 이끌고 있는 안병준 대표이사도 1972년생이다. 안 대표이사는 한국콜마에서 화장품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화장품의 모든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제조자 개발생산(ODM)에 집중해왔다. 타 뷰티기업들은 직접 화장품 브랜드로 승부하면서 끊임없이 라인업을 해야 하는 반면, 한국콜마는 연구개발(R&D) 제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윤 대표이사는 지속적인 R&D 활동을 통해 여타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과 상생 및 협업을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약국 프랜차이즈 기반 '일반약' 시장 확대
조아제약은 조원기 회장의 오너 2세인 장남 조성환 부회장과 차남 조성배 대표이사 공동 경영체제다. 조성환 부회장이 해외사업과 연구개발을, 1972년 쥐띠인 조성배 대표이사가 국내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그는 약국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는 메디팜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 11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대표이사는 취임 후 일반의약품(OTC)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키우면서 취임 전 400억 원대였던 연매출을 3년 만에 600억 원대로 성장시켰다. 조 대표이사는 일반의약품을 대형 품목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올해는 임직원들이 오래 근무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60년대생으로는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와 엄기안 휴온스 대표이사가 있다.
15년째 대표이사 '장수'
성석제 대표이사는 2005년부터 15년째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오는 6월 다섯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제일약품은 지난 2017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오너 3세인 한상철 부사장을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의약품 사업을 제일약품으로 인적분할한 바 있다.
당시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을 내세웠지만 지난해 차남인 한상우 씨가 개발부 이사로 입사하면서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입사기간이 짧은 만큼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성 대표이사의 여섯번째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성 대표이사는 올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복제의약품(제네릭)을 대형 품목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R&D 분야서 중추적 역할
엄기안 휴온스 대표이사는 2012년 휴온스 중앙연구소장으로 입사해 연구개발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엄 대표는 휴온스에서 의약품 연구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연구소장 당시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클레이셔', 개량신약인 고혈압치료제 '배실살탄' 등을 개발했다.
대표이사로 오른 후에는 국내 산·학·연뿐만 아니라 해외 제약기업과 손잡고 공동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엄 대표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돼 폭넓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본인의 손으로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기업경영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들 쥐띠 CEO들이 자신들의 해를 맞아 거둘 성과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쥐띠 대표이사들을 보면 전문경영인 외에 오너 2~3세들도 회사 경영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현재 자리에 올랐다"라며 "올해 많은 활약을 펼쳐 전체 제약업계가 동반성장하는 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