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국내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제한에 걸려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는 활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인 신상정보를 비식별화할 경우 과학적 연구나 공익적 통계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연구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기존 현행법은 개인 신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화 처리를 하더라도 기업·기관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제약업계의 경우 병원이나 정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환자 개개인별로 동의를 받아야 했기에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신약 연구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환자의 보유 질병과 복용 중인 의약품 등이 필수다. 공익적 통계의 경우는 사는 지역과 방문 병원, 연령까지 필요하다. 기존 법령에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중요 개인정보를 가리더라도 사생활 침해 위험 소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의약품시장조사기관인 IMS(현 아이큐비아)가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병원 처방데이터를 의약품 통계에 사용했다가 개인정보 유출로 소송을 당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었지만 2017년부터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국내 산업계는 계속 뒤쳐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데이터 3법의 문턱에 막혀 3년간 발을 동동 굴리며 지속적으로 법안 개정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설립한 AI신약개발지원센터도 1년을 훌쩍 넘기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데이터3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는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으로 데이터 강국의 초석이 되는 동시에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증가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확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도 "데이터3법 개정은 의료정보, 유전체, 생활건강 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며 "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개인 맞춤형 치료와 예방을 통한 국민 전반의 건강과 복지를 끌어올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제약업계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신약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씨제이헬스케어, SK바이오팜, JW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신약 개발에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적용 중이다.
제약업계는 "다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연구개발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정작 개인정보 관련 법안에 가로막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법안 개정을 계기로 4차 산업을 주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을 앞지를 혁신 신약의 탄생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