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의약품에서 잇따라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추정 물질(NDMA)이 발견되면서 제약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 공정을 개선해 판매중지 처분을 해지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줄줄이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하는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NDMA 검출 이력이 있는 제품들은 아예 퇴출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의약품 조사기관인 유비스트(UBIST)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첫 NDMA 검출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발사르탄 제제 175개 품목 중 82개 품목의 처방 실적이 90% 가까이 급감했다. 처분 전 7개월간 처방은 931억원에 달한 반면 처분 후 7개월간은 103억원에 그치면서 무려 88.9%가 줄었다.
제약사들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판매중지 처분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충격파가 컸다. 특히 처방 실적 상위권에 올랐던 엑스포르테와 엑스콤비, 노바스크 브이, 아모르탄, 엑스닌의 경우 실제 판매중지 기간은 채 한 달이 안됐지만 처방 실적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처방 실적 1위를 달리던 휴텍스의 엑스포르테는 7개월간 55억원에 달했던 처방액이 6억원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대원제약 엑스콤비도 51억원에서 1억원으로 급감했다. 그 외 처방액 상위권을 다툰 노바스크 브이와 발사포스, 아모르탄 등도 최대 90% 이상 감소했다.
그러면서 자진 허가 취하와 함께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분위기다. 일부 제약사들은 품목허가 자진 취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예 생산을 자체적으로 중단한 곳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마킹의 경우 지난해 2월 발사르탄 단일제인 '디사르'에 이어 7월에 발사르탄과 암로디핀 복합치료제 '바르사핀'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종근당의 애니포지, 건일제약의 암디사르, 씨티씨바이오의 엑스로빈, LG화학의 노바스크 브이 등도 줄줄이 품목허가를 취하했다.
발암물질 사태가 앞으로 더 확산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과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 등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NDMA가 발견되면서 다수 품목에 대해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진 터라 피해 규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라니티딘은 초기 판매중단 조치를 받은 품목만 269개에 달하고,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크다.
여기에다 전 의약품을 대상으로 NDMA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면서 향후 훨씬 더 많은 의약품들이 판매정지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NDMA가 발견된 의약품들은 대부분 만성질환 치료제로 장기간 혹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큼 초기에 처방받은 제품을 계속 복용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다시 해당 의약품으로 처방을 변경하거나 복용하길 꺼리는 만큼 한 번 품목정지 처분을 받은 제품들의 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