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국내 제약업계는 중국발 발암 물질 탓에 또 다른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란 발암 추정물질때문인데요. 지난해엔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 269개 품목과 니자티딘 13개 품목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NDMA가 나오면서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의약품 전 품목에 대한 불순물 검사입니다.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오는 5월 말까지 불순물 가능성 평가 결과를 보고하고, 구체적인 시험 검사는 내년 5월까지 마무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불순물 가능성 평가는 합성 원료의약품이나 완제의약품 제조 또는 보관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추정하는 작업을 말하는데요. NDMA는 물론 N-니트로소디에틸아민(NDEA), N-니트로소엔메칠아미노부틸산(NMBA) 등 니트로사민 계열까지 폭넓게 진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NDMA를 비롯해 불순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은 자체적인 시험 검사를 통해 검출 즉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합니다.
문제는 불순물 검사 장비 비용입니다. 현재 식약처가 보유한 불순물 검사 장비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프 텐덤질량분석기(LC-MS/MS, 이하 LC)와 기체크로마토그래피 텐덤질량분석기(GC-MS/MS, 이하 GC) 2종인데요. 해당 장비의 단가는 각각 5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LC와 GC 중 불순물 검사에 적합한 기기를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업계는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요. 당초 라니티딘 검사에서 LC를 권고했던 식약처가 이달 초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검사에선 GC 검사법을 주문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약사 입장에선 기기 2종을 모두 구입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검사 대행을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요. 대형 제약사들은 직접 기기를 구입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재원이 탄탄하고 보유 품목이 많은 데다 향후 발매할 의약품 검사까지 고려하면 장비를 모두 구입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중소 제약사들은 다릅니다. 보유 품목이 100여 개 미만이거나 연간 순수익이 간신히 100억원을 웃도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장 장비를 구입하기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거죠. 여기에다 불순물 시험을 진행할 전문인력까지 고려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집니다.
결국 중소 제약사들은 불순물 검사 대행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의약품 불순물 검사는 국내 의약품 GMP업체, 식약처 지정 의약품 시험검사기관,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에 위탁할 수 있습니다. 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98개사를 조합원으로 둔 한국제약협동조합도 공동시험센터를 통해 불순물 시험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순물 검사를 대행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의약품 생산 실적이 있는 국내 제약사만 약 400~500여 곳에 달하고, 원료 및 완제의약품은 2~3만여 개에 달하기 때문인데요. 오는 5월까지 불순물 가능성 평가를 거쳐 1년 내 불순물 검사까지 마치려면 시간적으로 촉박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해당 기관들은 이미 검사 주문이 밀려있어 결과를 바로 받아볼 수 없다고 고지한 상태인데요. 기기를 살 처지는 안되고, 위탁마저 여의치 않자 중소 제약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LC와 GC 두 가지 검사법 중 하나를 특정하지 않아 LC 검사를 진행했다가 나중에 정부가 문제를 삼을 경우 GC 검사를 추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힙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다수 중소 제약사는 물론 일부 대형 제약사들까지 검사 위탁업체에 대행을 맡기고 있어 지금 신청하면 몇 달이나 걸린다"라며 "적어도 LC나 GC 검사법만이라도 정부가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아준다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데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