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내 맥주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가격 변화가 예상되는 국내 수제 맥주가 변수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그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가격 할인 행사로 몸집을 키워왔던 수입맥주와 국내 수제 맥주, 국내 대형 주류업체 맥주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수요 높아진 수제 맥주…가격경쟁력 날개 단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국내 수제 맥주의 점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제 맥주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40%대의 신장률을 보이다가 7월 159.6%으로 훌쩍 뛰었다. 이후 12월에 매출 신장률이 306.8%까지 높아지며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맥주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2018년 1.9%에서 지난해 5.6%로 높아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종량세 시행 전임에도 수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종량제 시행과 함께 가격을 더 낮추면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가세는 맥주의 가격, 종량세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종량제 시행으로 수제 맥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3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CU와 세븐일레븐 등 일부 편의점들은 수제 맥주를 '3캔에 1만 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조만간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4캔에 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수제 맥주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U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으로 그동안 대량 생산이 힘들어 생산 단가가 높았던 수제 맥주가 차츰 가격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는 수제 맥주의 라인업이 더 늘어나고 가격도 점차 낮아지는 만큼 관련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수입맥주 '4캔 만 원' 그대로…가격경쟁력 우위 없다
수제 맥주가 종량세로 혜택을 받는 반면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 제품이나 수입맥주의 경우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형 주류업체의 입장에선 이번 주세 개편으로 캔 제품에 대한 세금이 줄면서 '4캔 만원' 등의 행사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 그러나 병맥주와 생맥주 등에 매겨지는 세율은 되레 올라가 급하게 가격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종량세 전환으로 국산 캔맥주에 붙는 주세는 리터당 291원 감소하는 반면 생맥주는 311원, 페트맥주는 27원, 병맥주는 16원 증가한다. 교육세와 부가세까지 감안하면 캔맥주는 리터당 415원 감소하는 반면 생맥주는 445원, 페트맥주는 39원, 병맥주는 23원 각각 증가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금 증가 폭이 큰 생맥주의 경우 2년간 한시적으로 20% 경감된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맥주의 경우 그간 종가세 체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 '4캔 만원'의 판매 방식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제맥주나 국내 대형 주류업체 맥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컸는데, 이제는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맥주시장에서는 수제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입맥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이로 인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