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일제히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면서 그동안 우리 생활에 가까이있었던 일본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중 가장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은 곳은 맥주입니다.
일본 맥주는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서 연간 맥주 수입액 1위를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일본 맥주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맥주의 빈 자리는 누가 채우고 있을까요? 그 자리는 바로 국산 맥주가 채웠습니다. 특히 수제 맥주가 일본 맥주 불매운동과 주세법 개정 등 호재를 타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9억 2558만원(약 244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 감소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국내에서 팔리는 일본 맥주는 100억 원 규모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일본 맥주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 편의점입니다. CU의 일본 맥주 매출 감소 폭은 지난해 3분기(7~9월) 80.9%에서 올해 2분기(4~6월) 97.6%로 확대됐습니다. 불매운동 직후보다 매출이 약 17% 더 줄었습니다.
일부 일본 맥주는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CU는 지난달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맥주를 가맹점으로부터 반품받아 폐기 처분했습니다. 폐기 대상은 아사히캔 6종과 산토리캔 2종, 에비수캔 2종 등 총 12종입니다.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이 맥주들이 국내 편의점에 다시 진열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일본 맥주를 유통하는 업체들은 울상입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약직 영업사원과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삿포로'와 '에비수'를 들여오는 엠즈베버리지도 지난해 적자 전환과 함께 무급 휴직을 도입했습니다.
일본 맥주가 사라진 자리는 국내 업체들이 차지했습니다. 눈여겨 볼 점은 기존 일본 맥주와의 경쟁에서 밀렸던 기존 제품이 아니라 수제 맥주로 새롭게 브랜딩 된 제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CU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매출 비중은 올해 3월을 50%를 넘어섰습니다. 3년 6개월 만에 수입 맥주를 앞지른 것입니다. 6월에는 50.5%까지 오르며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입니다.
특히 '수제 맥주'가 큰 힘이 됐습니다. CU에 따르면 일본 맥주 불매운동 이후 국산 수제 맥주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0% 가까이 올랐습니다.
정책도 한몫했습니다. 올해부터 세무 당국은 주류 과세체계를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가세에서 양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로 바꾸었습니다. 국산 맥주 업체 입장에서는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일입니다.
우선 수입 맥주는 과세부담이 커집니다. 수입 맥주는 값싸게 들어와 세금도 적게 내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수입 맥주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국산 맥주는 싸졌습니다. 종가세 체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캔용기 제조비용이 과세표준에 포함돼 과세부담이 컸지만, 종량제가 적용되면서 용기 비용 등이 과세표준에서 빠져 출고가가 낮아졌습니다.
수제 맥주 업체에도 종량제가 유리합니다. 기존에는 소규모 제조 방식 탓에 맥주 원가 수준이 높아 기존 종가세 체제에서 더 많은 세금을 냈지만, 이제 과세부담이 낮아졌습니다. 올해 있다라 수제 맥주가 출시되는 이유입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남은 일본 맥주는 반품과 폐기, 혹은 할인 등을 통해 소진한 뒤 다시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수제 맥주를 중심으로 국산 맥주의 인기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수제 맥주. 수제 맥주의 약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지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