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처음이니까. 현실감 떨어지는 몇 백억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돈 버는 이야기 먼저 들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 [투더리치]가 창업의 A to Z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해드립니다.[편집자]
아기자기한 카페의 사장님은 많은 직장인의 워너비 직업이죠. 그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눈빛을 보냅니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서 좋겠다고요. 그리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살리라 꿈꾸는데요.
하지만 김란 스튜디오 백오다시십 대표는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카페, 서점, 게스트 하우스 등 상상 속에선 예쁘기만 한 공간일지라도 결국 운영은 현실적인 문제죠. 손님은 어떻게 끌어모아야 할까요. 만약 장사가 안돼서 망하면 어쩌죠. 하다 보니 카페 일이 적성이 안 맞으면요?
오프라인 공간 창업이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참 많네요. 중간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려면 사전에 많이 공부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겠죠.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머무는 일이 싫어지지 않는 방법, 김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 오프라인 공간 창업은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공간 창업은 ‘내가 이것을 하겠다’라고 말한 순간부터 시작이에요. 그러니 노트 한 권에 창업 아이디어를 적는다거나, 관련된 장소와 이미지를 수집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세요. 나는 왜 이 공간이 좋다고 느끼는지. 여기 오는 사람은 주로 어떤 사람인지. 이만한 공간에는 테이블이 몇 개 정도 들어가는지. 오디오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했는지. 메뉴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지. 이런 식으로 궁리를 계속 해야 돼요.
SNS도 자기 취향에 맞는 내용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해야죠. 어차피 오프라인 공간 창업을 하더라도 SNS 운영은 계속해야 되거든요. 공간 영업하려고 만든 SNS 계정과, 원래 이런 SNS 계정을 운영하던 사람이 공간을 차린 건 달라요.
그러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주변 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잖아요. 그러면 조금씩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우리 서점에서 정리하려는 책을 네가 인수할래?”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니 창업하고 싶은 마음을 비밀처럼 숨기기보단 소문을 많이 내는 게 좋아요.
- 흔히 말하는 ‘목 좋은 곳’은 비싸고, 싼 곳은 목이 안 좋죠. 어디서 창업해야 할까요.
▲언론사가 여의도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죠. 주변에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고, 지나가다가도 들러야 하고요. 반면 내가 하고 싶은 오프라인 공간 창업은 여의도 중심가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고 지하철역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진짜 외진 곳에 창업할 필요는 없지만요.
평소에 내가 자주 가는 가게들이 있다면, 뭔가 그 골목이나 가게가 마음에 드는 거잖아요. 그럴 땐 그 가게 사장님한테 물어보세요. “여기서 장사하니까 어떠세요?”, “사실 저도 창업을 생각하고 있어서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러다 괜찮은 힌트를 얻기도 해요.
그리고 골목 안에서 뭔가 도모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술은 여의도에서 마셨는데 음악은 갑자기 성북동으로 들으러 가면 동선이 뭔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내 공간을 사람들이 어떤 순서를 거쳐 찾아올지, 그 동선을 창업할 때 염두에 두면 좋아요.
-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면 어쩌죠.
▲공간을 더 예쁘게 가꾸는 데 계속 집중하는 건 무리예요. 공간 디자인은 예뻐지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편안하고, 손님들이 쾌적하고, 그 공간에서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게 목표예요.
책상 높이가 나와 안 맞으면 거슬리지만, 딱 맞으면 ‘책상 높이는 원래 이런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잖아요. 그래서 저는 공간에 엄청 힘을 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인테리어 비용이 없다고 해서 공간을 못 차리는 건 아니라는 거죠.
누가 “나 카페 하고 싶어. 그러려면 인테리어 하는 데 돈이 얼마 정도는 있어야겠지?”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 그렇게까지는 돈 안 드는데. 오히려 커피 머신이 더 비쌀걸?”이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완벽하게 꾸미려고 하면 가게 오픈을 못해요. 해보면서 바꿔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의자가 좀 불편하네. 바꿀까?’, ‘바닥이 딱딱하네. 그러면 카펫을 깔아볼까?’ 이렇게 계속 업데이트되는 공간이 저는 더 좋더라고요. 공간을 바꿔나가는 과정마저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가오픈 기간에 일단 손님을 받아보고, 손님들한테 의견을 물어보는 게 중요해요. 만약 조명이 너무 어둡다는 의견이 나오면 “음악에 집중하려고 조명을 좀 어둡게 했는데, 불편하실 정도면 조명을 조금 더 추가할게요” 이런 식으로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손님이 괜찮다, 충분하다고 하면 내 욕심으로 너무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되겠죠.
- 한정된 예산에서 인테리어 할 때 꼭 챙겨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저는 항상 “벽이나 바닥에 돈 쓰지 마라. 내가 들고 갈 수 있는 물건에 돈을 쓰라”고 조언해요. 테이블을 좋은 것으로 사면 만약 가게가 망하더라도 집에 가져갈 수 있잖아요. 커피 머신은 중고로 잘 팔리고요. 내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섣불리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죠. 소품이나 가구, 조명만으로도 분위기를 많이 바꿀 수 있으니까요.
- 공간 꾸미기 대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공간을 꾸밀 여력이 있다면 공간을 홍보하는 데 더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저는 카페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분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좀 늘려서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려요.
취향에 공감하는 팔로워 1000명이 있더라도 내 공간에 실제로 찾아오는 사람은 10명도 안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명~2000명 정도 모으는 걸 목표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 공간 운영을 해볼 순 없으니까요.
만약 음악감상실을 창업하고 싶다면, 나와 음악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을 100명 모아보고, 그 사람들이랑 여기저기 다니면서 모임도 해보고, 그 사이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는 거죠. 그분들한테 최소한의 회원 가입비나 투자금을 받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고요.
- 지금까지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하는 창업자들이 많을 텐데요.
▲절대 오프라인 공간 창업에 ‘올 인’하면 안 돼요. 제가 창업 초기에 들었던 조언이 있어요. “창업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템이 정말 괜찮다면 주변에서 돈을 주면서 등을 떠밀지, 네 돈으로 창업하게 두지 않는다”라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 창업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거죠. 요즘은 ‘도시 재생’이나 ‘청년 창업’에 관련된 지원금 제도가 많아요. 창업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요.
- 오프라인 공간 창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요즘 잘 되는 가게는 더 잘 되고, 안 되는 가게는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둔다’는 가게가 있다면, 아마 폐업에 대해 계속 고민하던 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쐐기를 박아준 게 아닐까요. 저는 이런 과감한 결정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손님이 줄어든 것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놨던 유튜브, 온라인 스토어, 배달 등을 시도하는 가게들이 있어요. 이 기회에 가게 분위기나 인테리어를 바꿔보려는 곳도 있고요. 언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테니까, 그때 손님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정말 운영 잘하는 곳이죠.
- 최근 스마트 스토어나 배달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한 창업자들이 많은가요.
▲엄청 많죠. 일단 코로나19 기간에도 가게를 운영하는 최소 비용은 벌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참에 수익을 다각화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카페니까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더치커피를 내려서 배달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주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몇 년 전에는 메르스 때문에 힘들었고. 그전에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힘들었다. 이런 위기는 계속해서 온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본인의 오프라인 공간 창업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면 온라인 사업, 오프라인 사업 등 많이 해놔야 해요. 이 분야에서 힘들면 저 분야에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 오프라인 공간 창업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뭘까요.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내 건물에서 창업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공간을 임대해서 창업한다면 적어도 2년 안에는 운영을 그만 둘지, 아니면 사업을 더 확장할지 승부를 봐야 하잖아요.
근데 그 공간이라는 게 차려놓는다고 바로 손님이 오지 않거든요. 공간을 알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요. ‘저 카페 가봐야지’ 했는데 막상 나중에 가보면 이미 없어졌어요. 제가 1년 전에 표시해놓고 안 간 사이에 없어진 거죠.
- 직장 다니며 꿈꾸던 창업, 막상 해보니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 있죠. 진짜 커피숍 알바 한 번도 안 해보고 카페 하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게 “에어비앤비는 청소와 빨래, 카페는 설거지다. 서점은 무거운 거 나르기”거든요. 카페 창업을 꿈꾼다면, 주말에 카페 알바로 일해 보는 게 답일 수도 있어요. 물론 회사 겸업금지 조항을 살펴야 하겠지만요.
- 창업 꿈꾸는 분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오프라인 공간 창업을 한다는 건 내가 이 공간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물론 가게를 일주일에 이틀만 오픈해도 되지만,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겠죠. 그러니 몇 년 동안 내가 이 공간에 계속 붙어있어도 괜찮을지, 그걸 먼저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