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결국 '뚜레쥬르'를 매물로 내놨다. 작년 알짜였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이후 두 번째 매각이다. 뚜레쥬르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CJ푸드빌은 그때마다 부인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CJ푸드빌의 실적 악화가 심각하다. 수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CJ푸드빌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덕분에 잠시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신규투자는 모두 중단됐다. 최근에는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에 넘겼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CJ푸드빌을 매물로 내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안간힘은 썼지만
CJ푸드빌은 오랜 기간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사업 부진 탓이다. 국내에서 버텨도 해외가 무너지는 패턴이 계속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한때 CJ푸드빌의 해외 진출은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외식 브랜드가 해외에 매장을 열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모습에 업계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CJ푸드빌도 이런 관심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몰두했다.
하지만 욕심이 앞섰던 것일까. CJ푸드빌의 해외 시장 공략은 생각보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그 탓에 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행히 국내 사업은 외식 산업 호황 덕에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해외에서 까먹고 국내에서 메우는 구조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런 구조도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외식 산업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사업도 휘청거렸다.
국내와 해외 모두 부진해지자 CJ푸드빌의 실적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버팀목이 없어졌다. 지난 2018년에는 4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부진도 계속됐다. CJ푸드빌 해외 자회사의 영업손실은 지난 2017년 267억 원에 달했다. 작년 해외 사업 영업손실은 130억 원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CJ푸드빌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실 해외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알짜로 평가받았던 투썸플레이스도 매각했다. 국내에서는 빕스. 계절밥상 등 주력 외식 브랜드의 점포를 줄여나갔다. 그 덕분에 작년에는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결국 CJ푸드빌은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 결국 내놨다
사실 뚜레쥬르 매각설은 '구문(舊聞)'이다. 이미 올해 초에도 불거진 바 있다. 뚜레쥬르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는 CJ푸드빌의 실적 때문이다. CJ푸드빌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다. 하지만 당시 업계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CJ푸드빌이 알짜 사업을 넘긴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CJ푸드빌에서 투썸플레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돌았다. 투썸플레이스가 나머지 브랜드의 손실을 메우는 구조였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이던 CJ푸드빌에서 투썸플레이스가 제외되면 당장은 현금이 유입되겠지만 길게 보면 CJ푸드빌에게는 악재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전망은 결국 현실이 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 다음 매물로 무엇을 내세울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거론됐던 것이 뚜레쥬르다.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CJ푸드빌은 부인해왔다. 하지만 물밑으로는 뚜레쥬르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이 뚜레쥬르를 내놓은 것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중 그나마 매물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다. 한때 파리바게뜨와 경쟁하기도 했지만 이후 눈에 띄게 성장이 둔화했다. 매장 수도 2017년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뚜레쥬르의 매장 수는 1318개다. 하지만 아직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고민 깊어지는 CJ그룹
뚜레쥬르마저 매물로 내놓자 업계의 시선은 이제 CJ푸드빌로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결국에는 CJ푸드빌도 매물로 내놓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근 CJ푸드빌이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에 넘기면서 이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CJ그룹은 "비비고를 외식과 내식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CJ푸드빌 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CJ그룹은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을 통해 '비비고' 브랜드를 육성해왔다. CJ제일제당은 식품, CJ푸드빌은 외식을 담당했다. 하지만 CJ푸드빌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CJ제일제당은 꾸준히 실적을 냈다. CJ푸드빌을 바라보는 CJ그룹의 시선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이 모두 소유하게 된 것도 장기적으로 외식보다는 식품에 집중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반면, CJ그룹이 CJ푸드빌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J그룹은 '한식 세계화'가 목표다. CJ푸드빌이 영위하고 있는 외식 사업은 한식 세계화를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현재 외식 사업의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잘 버텨낸다면 부활을 도모해볼 수도 있다. CJ그룹에서도 CJ푸드빌 매각설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식품과 외식 모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그룹 입장에서도 외식 사업을 포기하기는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CJ푸드빌의 실적이 악화되고는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데다, 외식 사업은 트렌드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이를 잘 분석한다면 언제든 다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결국 관건은 CJ푸드빌의 실적"이라면서 "향후 CJ푸드빌의 실적이 반등할지 여부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