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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이커머스]③반격 나선 'SSG닷컴·롯데ON'

  • 2020.12.09(수) 16:56

롯데·신세계, 구조조정·온라인 강화…체질 개선 박차
오픈마켓 영역 확대까지…"식품 내세워 내년 반등" 전망도

이커머스 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곳곳에서 '합종연횡' 소식이 이어지면서 예상과는 다른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지난 2~3년간 크게 부진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매시장 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내년에는 일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다시 반격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 2020년 11월 25일, 미래에셋대우

지난 수년간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쏠리는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타격이 컸다. 두 업권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해왔던 롯데와 신세계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와 신세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프라인 사업은 효율화하고 온라인 부문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200여 개)를 3~5년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세계의 경우 이마트 부문의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면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SSG닷컴과 롯데ON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마저도 단기간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태생이 오프라인인 두 업체의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두 유통 공룡은 더욱 큰 위기에 맞닥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업황이 더욱 악화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들어오기 직전인 1월까지만 해도 매출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월부터 지속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추석이 있었던 9월 이후에야 겨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롯데와 신세계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일까.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의 존재감이 앞으로도 꾸준히 커지긴 하겠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온라인 사업과 기존 점포를 잘 활용할 경우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니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신세계의 SSG닷컴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던 신선 식품군에 대한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를 등에 업은 SSG닷컴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이커머스 시장에서 특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라인 시장 침투율은 37%가량이다. 침투율이란, 소비 시장 중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온라인 시장의 침투율이 워낙 높은 탓에 앞으로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투율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더 성장할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분야도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침투율이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식품 영역이다. 식품의 경우 신선도 유지를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폐기율이 높아 기존 업체들이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SSG닷컴의 경우 기존 대형마트 점포들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SSG닷컴이 쿠팡, 네이버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의 식품 온라인 매출 규모 올해 2조 원 정도로 국내 식품 온라인 시장 점유율 8%의 1위 업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은 순수 온라인 유통 사업자인 쿠팡과 식품 온라인 유통 사업자인 이마트, 온라인 플랫폼 유통 사업자 네이버로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역시 "식품은 폐기율이 높고 소비자가 빨리 받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미 거점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유리하다"며 "이마트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점유율 증가로 21년도 소매 시장 내 점유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의 롯데ON의 경우 올해 4월 들어서야 출범한 후발주자인 탓에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롯데ON을 방문한 고객 수는 론칭 직후인 5월과 비교해 68.7% 증가했다. 고객 한 명당 월평균 결제 금액도 2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대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내 최대 유통회사로, 롯데ON에 거는 기대도 크고 경쟁사 입장에서는 우려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롯데ON은 롯데만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검색창 없는 쇼핑몰'을 구현할 계획인데, 이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ON은 출시 초기 각종 오류들로 인해 트래픽을 잃으며 부침을 겪어 3분기 GMV(거래액) 성장률이 전년보다 3.5% 성장하는 데 그쳤다"면서 "다만 10월에는 1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두 업체가 오픈마켓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의 경우 지난 4월 롯데ON을 내놓으면서 플랫폼 일부를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에게 공개해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SSG닷컴의 경우 오픈마켓 전환을 목표로 입점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의 상품뿐만 아니라 외부 사업자의 판매까지 서비스하는 오픈마켓의 경우 사이트 내 상품군이 크게 늘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거래액 증가는 물론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이진협 연구원은 "SSG닷컴과 롯데ON의 경우 오픈마켓 전환과 상품 카테고리 확장 등 사업 구조의 변화를 통해 내년에는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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