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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이어 ㈜한진도…'조현민' 겨냥

  • 2020.12.17(목) 14:30

'2대 주주' HYK파트너스,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
상법 개정안 효과…소액주주 표 대결이 관건

택배업계 2위 한진택배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최근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이사의 자격 제한과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등이다. 사외이사에 대한 선임권도 요구했다. 

한진그룹의 모회사인 ㈜한진은 현재 육상운송과 항만하역, 해운, 택배, 해외, 렌터카, 유류판매 등이 주요 사업이다. 한진그룹 내 항공사업(대한항공)이 지난 2013년 한진칼로 인적분할되어 나가고 남은 사업 대부분은 ㈜한진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한진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다. 분쟁 대부분이 한진칼에서 펼쳐져서다. 하지만 이제 ㈜한진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대상이 됐다.

◇ 꾸준히 지분 모은 경방…조원태 회장과 대립

HYK파트너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경방이 설립을 주도(지분율 87.28%)한 사모펀드다. 경방은 올해 들어 ㈜한진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어 경방은 최근 HYK파트너스의 HYK1호펀드에 ㈜한진의 지분 일부를 넘겼다. 지분율은 9.79% 수준이며 액수로는 442억 원 어치였다. 사실상 자신들이 보유한 사모펀드로 지분을 넘겨 간접투자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한진과 경방은 사업적으로는 접점이 없다. ㈜한진은 물류회사며 경방은 면직물 생산과 소매업이 주요 사업이다. 사업적인 시너지가 기대되지 않다 보니 처음 경방은 ㈜한진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방으로부터 지분을 받은 HYK파트너스는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라고 공시했다.

그동안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경방은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한진에 대한 지분 매입이 계속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조 회장 일가의 편인지 3자 연합의 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이유는 경방이 양측 모두와 연결고리가 있어서다. 우선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연합 주축인 KCGI가 열쇠다. KCGI의 주요 출자자인 조선내화는 경방의 주요 주주 중 하나다.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과 김준 경방 회장이 미국 브라운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경방이 3자 연합 측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반면 김담 경방 사장이 인하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조원태 회장과 동문이라는 연결고리도 있다. 이를 근거로 경방이 조 회장을 도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경방이 3자 연합 편인지는 확실하지 않더라도 조 회장 편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 주주제안 내용 살펴보니…"조현민 나가라"

HYK파트너스는 주주제안에서 전자 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징역형의 유죄판결을 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자의 이사 자격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또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회사를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최소 1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 밖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 자산 매각과 임원의 보수 및 퇴직금 규정 정비, 관계사 일감 몰아 주기 근절 등을 제안했다.

HYK파트너스 측은 ㈜한진이 국내 2대 물류기업으로서 시장 인지도와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재벌 계열사 오너 중심의 불투명하고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와 비효율적 재무구조, 창의성이 결여된 조직문화 탓에 기업 가치가 매우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한진 이사회 입장에서는 이런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주주제안에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 담기면서 사실상 조현민 한진 전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일가에서 ㈜한진의 경영에 참여 중인 사람은 조 전무가 유일하다. 조 전무 입장에서 ㈜한진의 임원자리는 '배수의 진'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일가는 항공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견제장치를 요구했고 조 회장 일가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 전무는 한진칼에서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항공업과 상관없는 ㈜한진의 비등기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현재 조 전무는 지난 9월 ㈜한진의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선임된 뒤 회사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에는 더욱 의욕적으로 회사의 경영에 대해 나서면서 차기 사장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조 전무는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향후 회사의 공유가치창출(CSV) 관련 사업의 폭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최근 ㈜한진이 추진한 사업들은 이와 관련이 깊다. ㈜한진은 최근 물류 업계 최초로 전국의 과일을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 플랫폼의 구축에 나섰다. 이어 1인 창업자와 스타트업 등 소규모 발송 고객을 위한 원클릭 택배서비스의 확장도 시작했다. 자원순환 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위해 글로벌재활용 컨설팅 업체 테라사이클과 MOU도 맺었다. 해당 사업들은 모두 CSV 관련 사업으로 조 전무가 주도했다.

만약 조 전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면 해당 사업들의 차질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너 일가가 주도하는 만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진행됐던 사업들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빠지고 전문경영인이 들어오게 된다면 사업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상법 개정안 효과…내년 주총서 표 대결 불가피

업계에서는 ㈜한진이 HYK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때문이다. 그동안 상법에 따라 상장사 주주는 회사의 지분을 3%만 확보하면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상법 제542조의 6(소수주주권)에 따르면 소수주주권을 발동하려면 그 조건으로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당시 KCGI의 공격을 상법상 6개월 조건을 내세워 방어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KCGI의 제안에 대해 자격이 없다며 아예 주총 안건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에 KCGI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공격을 펼쳤다. 1심에서는 KCGI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 주총이 임박해 열린 2심에서 뒤집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소수주주권을 발동할 수 있게 했다. 지분을 3% 이상만 가지고 있다면 특례규정에 따라 의무보유기간을 무시할 수 있게 됐다.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경영권 분쟁이 벌이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판이 엎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그 결과 이번 HYK파트너스 측의 주주제안은 이사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안건에 올라간다면 이제 표 대결이 관건이다. ㈜한진의 최대 주주는 한진칼 외 특수관계인 5명으로 27.4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HYK파트너스는 9.79% 수준이며 아직 경방도 0.42%를 직접 가지고 있다.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일반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44%가 넘어 안심할 수는 없다. HYK측의 제안이 소액주주 입장에서 나쁜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감사위원 선출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담긴 '3%룰' 때문에 조 회장 측의 의결권이 크게 제한된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일반주주 모두 3%룰의 대상이 된다. 

3%룰이 적용되면 조 회장 측과 HYK파트너스도 의결권을 3%만 쓸 수 있다. 지분이 줄어드는 것은 HYK파트너스 측도 마찬가지지만 일반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거나 다른 3% 이상 지분율을 가진 지지세력을 얻는다면 해 볼만 한 싸움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측이 다른 안건은 우호 세력을 끌어들여 막아내더라도 감사위원 선출까지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진 만큼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주주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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