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刊流通](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 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週刊流通]을 보시면 한 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 "아! 또 남양이…"
"남양이 남양했네"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역시 남양유업스럽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일종의 비아냥입니다. 남양유업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 비아냥에 공감합니다. 그만큼 이번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썩 좋지 못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남양유업이었습니다. 남양유업이 자사의 발효유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를 발표한 사람은 박종수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박사입니다. 그런데 박 박사는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범한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소장이자, 남양유업의 미등기임원입니다. 남양유업 사람이라는 이야기죠.
박 박사의 연구결과 발표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눈에 확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입니다. 세상에나, 그렇게 흔히 보던 불가리스가 코로나를 잡는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뉴스를 접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진짜로?'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제약·바이오 담당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약·바이오 담당기자들은 다들 코웃음을 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때 대충 감이 왔습니다. '아, 남양유업이 또 사고를 쳤구나'하고 말이죠. 이후 쏟아지는 소식들은 더 놀라웠습니다. 남양유업의 주가가 폭등하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벌어졌죠.
'어, 이게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들 무렵 곳곳에서 남양유업의 발표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론들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팀에서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물어봤더니 다들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남양유업은 이때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합니다. 남양유업은 이미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또 기름을 부은 겁니다.
사실 남양유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가공 전문 업체였습니다.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습니다. 1970년대 우량아 선발 대회의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남양분유'가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이후 우유 분야에서는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계시는 '아인슈타인 우유'와 '맛있는 우유 GT' 등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죠. 그랬던 남양유업은 한순간에 소비자들의 '공적(公敵)'으로 전락합니다.
2013년 1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각종 '갑질'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무척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남양유업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너무 힘들다"며 전화기를 붙잡고 울기도 했었던 일도 떠오릅니다.
남양유업은 갑질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갔죠. 이때부터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탓에 남양유업의 실적은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실제로 작년 남양유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7.95% 감소한 9489억 원을 기록하면서 11년 만에 매출액이 1조 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더불어 수익성도 악화돼 771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면서 적자전환했죠.
남양유업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 연루로 또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가뜩이나 남양유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오너 일가의 사적인 일까지 겹치면서 남양유업은 완전히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납니다.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최근 수년간 남양유업은 자신들의 사명조차 철저히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전략을 가져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미당'입니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론칭한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입니다. 하지만 백미당 제품과 매장 어디에도 남양유업이라는 사명이나 로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본사 건물에도 사명을 쓰지 않았습니다. 남양유업의 본사 건물에는 남양유업 설립 연도인 1964년을 딴 '1964'만 적혀있습니다.
2013년 이후 남양유업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남양유없'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제품의 바코드를 입력하면 남양유업 제품인지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공분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 이번 불가리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남양유업은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대응도 미비했습니다. 결국 사과를 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후였습니다.
소비자들은 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이런 설익은 정보를 마치 진실인 양 내놓은 남양유업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누가 봐도 남양유업이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앞으로 남양유업에게는 더 큰 고난이 예고돼있습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고발키로 했고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락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이 이번 일도 예전처럼 처리한다면 소비자들은 이제 남양유업에 대해 완전히 등을 돌릴 겁니다.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남양유업은 늘 "남양이 남양했네"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 롯데ON, 이번에도 안되면
드디어 롯데가 롯데ON의 새 수장을 찾았습니다.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입니다. 내부에서는 아무리 해도 안되니 외부에서 '온라인을 잘 아는 사람'을 찾은 겁니다. 롯데는 나 본부장을 신임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직급도 기존 전무급이었던 것에서 부사장으로 격상했습니다. 보수적인 롯데의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입니다.
이는 그만큼 롯데가 나 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롯데가 이처럼 나 대표에게 많은 힘을 부여한 것은 롯데의 온라인 상황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롯데는 늘 온라인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늘 경쟁자들에게 뒤처졌고 대응도 늦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적도 항상 부진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저만치 앞서간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롯데가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ON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론 롯데에서는 "롯데ON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통 공룡 롯데가 그 많은 돈을 투자해 그 오랜 기간 준비를 한 결과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히려 롯데보다 덩치가 작은 업체들이 온라인에서만큼은 롯데를 압도합니다. 롯데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롯데는 실탄도 있고 시장 지배력도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늘 쓴맛을 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롯데는 구조적으로 무겁습니다. 의사결정구조가 층층시하에 복잡합니다. 내부 이해관계도 얽히고설켜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급변하는 온라인 트렌드에 반응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비대한 공룡인 셈입니다.
롯데의 온라인이 고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온라인 시장은 현재 가장 핫한 유통시장입니다. 매시간 트렌드가 변합니다. 비대한 공룡이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는 곧 나 대표가 해결해야 할 미션이기도 합니다. 나 대표는 롯데 출신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온라인 전문가입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히트작인 스마일 카드와 스마일 페이를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온라인 생태를 잘 압니다.
롯데가 나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은 내부의 역량 만으로는 도저히 온라인을 강화할 수 없었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의 전문가를 데려와 조직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입니다. 나 대표는 그런 임무를 할 적격자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롯데의 조직과 기업 문화입니다.
아무리 좋은 인재를 데려와도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비단 롯데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은 인재와 좋은 시스템이 결합했을 때 성과가 나는 겁니다. 롯데가 절치부심해 온라인 사업에서 성공하려 한다면 나 대표가 전권을 쥐고 휘두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나 대표에게 그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겁니다.
지금껏 롯데는 그 권한을 주지도, 지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물었습니다. 또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롯데는 온라인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비대한 공룡은 이제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의 다이어트는 생각의 다이어트, 즉 발상의 전환입니다. 나 대표가 조직을 이끌고 조직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나 대표가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롯데는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을 저와 우리 e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저와 우리 e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입니다. 롯데는 과연 이번만큼은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