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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셈법

  • 2021.05.22(토) 11:00

[주간유통]네이버·신세계, 이베이 인수전 연합
달아오르는 인수전…'제2의 연합군' 가능성도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 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 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신세계·네이버, 더 깊어진 '밀월관계'

그럴 줄 알았습니다. 네이버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당초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고민했었습니다. 극비리에 추진했죠.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직접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네이버는 우회로를 택합니다. 전면에 나서는 부담은 덜되 실리는 챙기는 방식입니다. 네이버 다운 선택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비밀리에 수령한 바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가 IM을 받아 가면서 비밀유지를 신신당부했다는 점입니다. 그 덕분에 철통보완이 이뤄졌고 시장에서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쳤습니다. 실상은 반대인데 말이죠. 네이버가 바라던 대로 된 겁니다. ▷관련기사:[단독]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인수 카드 '만지작'(3월 16일)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심도 있게 검토했습니다. 현재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쿠팡이 미국 상장을 기폭제 삼아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황상 한번 밀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판이 깔리고 있어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에게 무척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이베이코리아는 16년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일하게 매년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여기에 오랜 기간 쌓아온 각종 노하우도 네이버가 가지지 못한 것들입니다. 충분히 탐을 낼만합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나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자금 부담은 물론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가격은 4조~5조원가량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서 일정 부분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투자해 시장을 장악해두는 것이 이득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과 PEF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 비록 직접 인수전에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앞서 네이버는 신세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합의했습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은 외부와 손잡고 보완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미래에셋대우, CJ대한통운과의 지분 교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1월 이해진 네이버 GIO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만났을 당시 지분 교환은 물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한 큰 틀에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부족한 인수 자금을 채우고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세계와의 시너지는 물론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방책입니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략은 치밀합니다. 이는 인수 후 지분 구도에서도 나타납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최대주주는 신세계, 2대 주주는 네이버가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반적인 이베이코리아의 운영은 신세계가 주도합니다.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면서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강점들과 신세계의 유통망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윈-윈이죠.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잡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선다면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강자인 네이버와 유통 강자인 신세계가 만났으니 그 파워는 엄청날 겁니다. 이베이코리아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인수전이 흥행할 요소를 갖추게 되는 셈이니까요. 

'속끓는' 롯데, 선택은

네이버와 신세계의 밀월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의 고민도 함께 깊어집니다. 이들에게 네이버와 신세계의 연합은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네이버와 신세계 연합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금액을 써내야 합니다. 대외적으로도 우리가 인수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됩니다.

사실 그동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곳 중 일부가 인수전 자체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신세계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가 가진 실탄 자체가 넉넉지 않은 데다 지난 4월에는 여성 패션 편집숍 W컨셉을 2700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배달앱 요기요 인수전 참여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탄이 부족한 신세계가 이처럼 광폭행보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네이버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신세계가 자체 자금에 외부 투자자만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아마도 중도 하차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있었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한 부담을 덜고 W컨셉 인수와 요기요 인수를 타진할 수 있는 룸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롯데는 최근 롯데ON의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롯데ON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가 이처럼 치고 나가자 가장 속을 끓이는 곳은 아마도 롯데일 겁니다. 롯데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투입할 현금 여력은 충분합니다. 1분기 말 현재 롯데가 보유한 실탄은 약 4조2000억원가량입니다. 반면 신세계는 2조4000억원 수준입니다. 롯데가 자금 면에서 훨씬 앞섭니다. 외형만 보면 롯데가 훨씬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롯데의 현 상황이 간단치가 않습니다. 롯데는 현재 롯데ON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롯데의 모든 유통 역량을 집약했다고 자신했던 롯데ON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수장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ON 론칭까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였던 만큼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겁니다. 게다가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유통도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과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들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기존의 것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반전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아직 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나섰으니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또 다른 연합군 나오나…느긋한 MBK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11번가와의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이베이코리아가 11번가와 유사한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베이코리아 내부에서도 "온라인에서 성공 경험이 없는 롯데나 신세계보다 SK텔레콤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시너지에 대한 확신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걸립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와 함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탄도 충분하고요. 하지만 업계에서는 MBK가 여타 인수 후보군들에 비해서는 인수 의지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번 인수전을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MBK는 이베이코리아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기보다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포석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다른 방안은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MBK가 네이버와 신세계 연합처럼 다른 인수 후보와 손을 잡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곳은 SK텔레콤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MBK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때부터 제기됐던 겁니다. MBK, SK텔레콤이 손을 잡는다면 네이버와 신세계 연합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여타 다른 인수 후보군과 네이버-신세계에 이어 제2의 연합군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물론 MBK와 롯데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MBK로서는 직접 인수보다 다른 인수 후보와 손을 잡는 것이 훨씬 본인들에게 유리할 겁니다. 자금이 넉넉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인수 이후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인수보다 훨씬 돈을 덜 들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이득입니다.

어찌 됐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연합이 그 촉매제가 됐고요. 판이 변한 만큼 여타 후보들도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고민할 겁니다. 여전히 이베이코리아 매각 금액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만 인수 시 취할 이득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에도 몸집을 불리고 있는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가격인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지만 네이버-신세계 연합이 이번 인수전에 미치고 있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면서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 본입찰 날짜 연기 등으로 다소 침체됐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다시 바뀌고 있다. 다른 후보들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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