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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2막' 앞둔 이커머스, 판이 바뀐다

  • 2021.06.18(금) 15:30

신세계, 이베이 품으면 '풀필먼트 3강' 완성
신사업 등 새 활로 모색…도태 플랫폼 나올 것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함께 이커머스 경쟁의 2막이 올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이커머스 경쟁의 2막을 열었다. 네이버와 손잡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한다면 쿠팡 등과 함께 '풀필먼트 3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풀필먼트 3강과 틈새 시장을 둔 다툼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태되는 플랫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가 이베이 품으면 시장 구도 바뀐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와 인수 조건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이다. 당초 신세계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베이를 인수할 것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네이버는 본입찰 이후 거리를 두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만을 인수하는 등 다방면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신세계가 네이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거래액 52조원에 달하는 초거대 이커머스 플랫폼이 탄생한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으로 인수하더라도 거래액 26조원 가량을 확보하며 업계 2위에 오르게 된다. 신세계는 인수 협상이 결렬되지만 않는다면 최소한 네이버·쿠팡과 함께 업계 '3강'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2020년 거래액.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3강 경쟁 구도가 바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3대 플랫폼은 오픈마켓 2곳(네이버·이베이)과 풀필먼트 플랫폼 1곳(쿠팡)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이베이코리아의 거래 규모와 신세계의 오프라인 인프라 사이의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이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이커머스 3강은 신세계·쿠팡 등 풀필먼트 2개 플랫폼과 네이버의 오픈마켓 1개 플랫폼 구조로 바뀐다. 특히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손잡는 등 풀필먼트 역량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업계 3강 모두 풀필먼트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되는 셈이다.

주요 플랫폼들, 합종연횡·신사업 찾기 나서

이에 롯데ON, 11번가 등 주요 플랫폼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의 주요 전략은 합종연횡 혹은 추가 인수합병(M&A) 등이다. 먼저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롯데, 홈플러스 등과의 전략적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롯데는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서 현재 약 3조4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활용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던 요기요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거나, 이베이코리아에 비해 몸값이 낮은 플랫폼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는 추가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위메프와 티몬은 신사업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위메프는 지난 2월 하송 대표 취임 후 '버티컬 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다. 여행·공연 전용 'W여행컬처', 리빙·인테리어 전문 'W홈즈', 패션·뷰티몰 'W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규 플랫폼을 각자 영역에 안착시켜 무신사, 오늘의집 등과 같은 ‘독자 영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티몬은 배달을 중심으로 한 신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 4월부터 동네 마트들과 손잡고 3시간 내 인근 슈퍼마켓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슈퍼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배달앱 시장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일딜 상품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내놓는 등 셀러 모집에도 적극적이다. 재무 전문가 전인천 신임 대표를 선임, 상장 작업 등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태되는 플랫폼 나온다…반전 만들기 어려워

주요 플랫폼들의 움직임은 현실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풀필먼트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인프라를 만들기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부담이다. 플랫폼 규모도 시장 3대 플랫폼에 비해 작아 풀필먼트에 투자한다 해도 시너지를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연합군을 찾거나 차별화에 나서는 것만이 최선이다.

시장에서 도태되는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이커머스 플랫폼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 호조 때문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025년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270조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적자 플랫폼이 생존 가능한 배경이 됐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런 상황에서 시장 구조가 3대 풀필먼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나머지 플랫폼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신속성, 신선도 등 측면에서 풀필먼트 플랫폼의 배송 경쟁력을 넘어설 수 없어서다. 결국 여행과 서비스 등 배송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플랫폼의 영향력은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의 3대 플랫폼들은 대부분 풀필먼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면 사실상 과점 시장이 만들어진다"며 "풀필먼트를 중심으로 한 3대 플랫폼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경쟁도 이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플랫폼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3대 플랫폼 수준의 영향력을 만들거나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 외 반전의 여지가 없다"면서 "도태되는 플랫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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