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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와 IT 커머스의 '이유 있는' 동맹

  • 2021.09.15(수) 15:03

고객 데이터와 IT 기술 접목…'윈윈' 가능
맞춤형 제품 등 새로운 시도에도 유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와 IT 커머스 기업과의 협업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IT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IT 커머스 기업도 유통 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라는 평가가 많다. 장기적으로 맞춤형 제품 등 생산 분야에까지 협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 커머스 공룡과 '맞손'

현대백화점은 최근 KT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AI를 활용한 유통·물류 시스템 개선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경쟁력 제고 △각자의 역량을 활용한 상호 시너지 창출 등에 협력키로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현대홈쇼핑의 AI고객센터 구축 △AI 물류사업 △현대백화점 식당가 서빙로봇 도입 등이 제시됐다.

스타벅스는 네이버와 손잡았다. 빅데이터·정보기술(IT)·메타버스 등 각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각자 보유 중인 멤버십 서비스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각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토대로 장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함께 찾겠다는 구상이다.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유통업계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IT 커머스 기업과 손잡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소매시장 내 온라인시장의 비중은 21.4%에 불과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지난해 33.7%까지 늘었다. 중장년층 소비자가 이커머스에 익숙해지면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DNA'를 이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IT 커머스 기업에게도 유통기업과의 협업은 효율적이다. 현 이커머스 시장의 소비는 공산품과 일부 신선식품 등에 집중돼 있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협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나아가 AI를 활용한 상품 큐레이션, 사업 영역 확장 등에서도 유통업계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IT가 가져올 오프라인 유통의 변화

유통업계가 IT 기술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배송'이다. 자체 온라인몰 내 주문량을 분석해 최적 배송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배송 속도를 개선하고 한 번에 배송되는 양을 늘리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점포 인근 주택가에 집중한 '퀵커머스'형 배송에 집중하고 있다. 배송 범위가 좁아 더욱 빠르게 효율적인 배송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IT 기술은 고객의 쇼핑 경험을 높이는 데에도 유용하다. 버버리는 지난해 중국에서 업계 최초로 '소셜 리테일'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의 고객은 간단한 QR코드 스캔만으로 맞춤형 쇼핑 도우미 '아바타'를 만날 수 있다. 또 버버리 플랫폼 내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적립한 포인트로 독점 콘텐츠를 열람하는 등의 혜택도 제공받는다. 이와 같은 모델을 개발·적용해 고객을 '록인(lock-in)'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과 KT는 사업 전방위적 협업을 약속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록인된 고객은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유통업계에 제공하게 된다. 이를 분석할 때도 IT 기술이 필요하다. 고도화된 데이터 솔루션이 있어야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점포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점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기업의 운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됐다. 고객센터 등 인력집약적인 고객 접점이 타격을 입었다. 업계는 챗봇 등으로 고객을 분산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이질적이라는 평가다.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객의 패턴을 학습한다면 고객이 느낄 이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재무·관리 등 일상적 업무에서도 AI를 적용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0명에게 100개의 상품을

유통업계와 IT 커머스 기업의 동맹은 생산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이 협력 분야로 꼽힌다. 아직 소비 시장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기업이 이를 판매하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이 주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사가 직접 고객에 공급하는 D2C(소비자 직접거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펀딩' 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제품을 주문하는 C2M(다품종 소량 주문 생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유통업계가 유통에만 집중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D2C, C2M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상품 판매 채널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다. 유통업체들은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만큼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은 물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나뚜루는 맞춤형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판매하는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롯데제과

실제로 최근 고객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롯데제과의 나뚜루는 맞춤형 아이스크림 케이크 콘셉트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매장에서는 고객 요청에 따라 전문 셰프가 직접 케이크를 디자인·제작해준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추석 명절 선물세트를 고객이 직접 조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특히 패션·뷰티업계는 펀딩 등을 통해 기존에 판매하지 않았던 제품을 선보이는 등 한발 앞서 C2M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기우는 것은 이제 대세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아우르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AI·빅데이터 등 기술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가공하는 데 필요하다. 앞으로도 IT 기업과 유통 기업의 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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