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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유통결산]④꽁꽁 언 여행·면세업계, 훈풍은 언제쯤

  • 2021.12.29(수) 06:55

어떤 대책도 '백약이 무효'…결국 '고난의 행군'
온라인·메타버스 신사업으로 코로나19 후 대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는 유통업계의 지형을 바꿨다. 이커머스가 '대세'가 됐다. 이에 대비한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의 변신도 이어졌다. 식품·외식업계는 활발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행·면세업계는 예외였다. 반전의 기회조차 없었다. 시장의 근본인 관광객 수요가 얼어붙자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유일한 처방인 정부 지원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모자랐다. 결국 여행·면세업계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여행사가 사업을 접었다. 전통 있는 호텔들마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면세점은 오프라인에 재고품을 내다 팔고,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 근근히 버텼다. 나아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의 수요를 어느 정도 공략하는 데 성공하며 외형 자체는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규 시장의 부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여행·면세업계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종식돼야 한다. 때문에 여행·면세업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사들은 메타버스·플랫폼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놨다. 주력 타깃을 단체관광객에서 개인관광객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면세점들은 온라인·해외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호텔은 신사업 추진과 함께 인사 혁신을 통한 '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기대·실망 교차한 한 해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여행·면세업계의 장기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여행 수요가 차츰 살아나서다. 성과도 있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국내 관광이 활성화됐다. 면세점의 상반기 매출은 빠르게 회복됐다. 게다가 7월부터는 특정 국가와 협약을 맻고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체결에도 속도가 붙었다.

여행·면세업계는 '트래블 버블' 시행에 희망을 걸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숙박 할인권 130만장을 대방출했다.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숙소를 예약하면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지자체들도 여행 수요를 받아들이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내놨다. 여행업계도 대비에 나섰다. 홈쇼핑에 앞다퉈 연말 해외여행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들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행사들이 휴직중이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등 모처럼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얼마 후 전파력이 높아진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나타났다. 정부의 때이른 방역 조치가 역효과를 내며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터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여행 시장이 얼어붙었다. 여름 휴가철 대목이 날아갔다. 이윽고 치명타가 날아왔다. 11월을 기점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났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한달 만에 고강도 방역지침으로 바뀌었다. 연말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낱 꿈에 그치게 됐다.

버틸 수 없었다…폐업·매각 이어져

거듭된 악재는 여행·면세업계의 뿌리를 뒤흔들었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중소 여행사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여행사는 총 2만1671개였다. 전년 대비 612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1000개 가량 줄어들었다. 이런 추이는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여행업계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자 중소 여행사의 도산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남의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은 1300억원에 매각돼 연말 문을 닫는다. 40년 역사를 가진 밀레니엄힐튼 호텔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힐튼호텔 부지는 향후 호텔·오피스·소매 시설이 포함된 상업 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 역시 오피스 시설로 재개발된다. 남산의 '랜드마크'인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주차장 부지를 2000억원에 매각했다. 호텔신라·롯데호텔 등의 해외 사업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면세점은 유일하게 '버티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재고품 오프라인 판매로 관심을 끈 데 이어 올해 이커머스를 공략하는 데 집중하면서다. 신라면세점이 쿠팡에 물건을 공급하기도 했다. 무착륙 관광비행 등 '특수 시장'도 적극 공략했다. 이어 중개수수료를 풀어 따이공을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외형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재고 관리 효율성도 높였다. 부작용도 컸다. 수수료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따이공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실속'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포스트 코로나'만 기다린다

당장 여행·면세업계에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 모든 사업이 많은 관광객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현재까지 생존한 업체 대부분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플랫폼화에 돌입했다.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 모두 자체 플랫폼을 론칭하거나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늘고 있는 개인·소집단 자유여행 수요를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호텔업계는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조선호텔·한화호텔앤리조트·호텔신라 등이 밀키트를 내놨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계획이다. 내부 인사 혁신도 있었다. 호텔롯데는 LG·LS에서 신사업·사업전략을 담당한 안세진 대표를 선임했다. 호텔롯데 최초의 외부인 대표다. 파르나스는 삼성카드·샵백코리아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 여인창 전무를 대표로 영입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신사업에 일가견에 있는 젊은 임원들을 선임했다.

면세점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과 객단가 저하가 고민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면세점은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SI빌리지·SSG닷컴·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했다. 타오바오·위챗·틱톡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온라인 플랫폼을 개편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집중한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중국 하이난 면세특구에 발을 디뎠다. 현지 하이요우면세점과의 협약을 통해서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지점에 티파니 등 고급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면세 시장은 관광객 없이 성립되지 않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보복 수요 등을 고려하면 전망이 어둡지 않은 만큼,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적절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향후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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