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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부는 면세·여행업계…"이번엔 진짜다!"

  • 2022.04.05(화) 06:50

내국인 입국자 격리 면제로 실적 개선 기대감
마케팅·투자·인사 통한 '새판짜기' 활발히 진행
"'찐' 회복은 외국인 입국 후…산업 재건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면세·여행 시장의 '길었던 터널'이 끝을 향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한 내국인 해외 입국자(인바운드)의 자가격리 의무 면제로 해외여행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면서 이들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다. 투자·인사 재편 등으로 '새판'을 짜려는 모습도 나타난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진짜 회복'은 아직이다.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아웃바운드)이 막혀 있어서다. 하늘길이 완전히 열리기까지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중소업체는 시장 회복 수혜를 거의 입지 못하면서 여전히 시름에 잠겨 있다.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 역시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재건을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면세·여행업계, 반전이 시작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면세점의 매출은 1조427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고객 수는 24% 증가한 약 57만명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후로 펼쳐진 중국의 출입국 통제 정책의 영향도 다소 옅어졌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월 대비 25.7% 늘어난 1조3546억원이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주요 면세점의 실적도 회복세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의 지난달 하순 매출은 직전 열흘에 비해 30%~40% 늘었다. 인바운드 여행객 자가격리 의무 면제의 영향이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회복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자가격리 면제 시행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25일~27일 인천공항 이용자는 직전 주 대비 17% 늘었다. 아울러 구매한도 폐지 등 규제 완화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행업계의 회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CJ온스타일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만에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스페인·이탈리아 여행 패키지 방송에는 1시간만에 주문 2800건이 몰렸다. 누적 주문 금액은 150억원에 달했다.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다. 티몬이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자가격리 면제 후 해외여행 상품을 알아봤다고 응답했다.

마케팅·새판짜기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시장 회복 기대감과 함께 마케팅도 활기를 찾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신라호텔 등과의 멤버십 통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고객 구매액에 따른 포인트 적립 행사도 기획했다. 롯데면세점은 시내점에서 5000달러 이상 구매하는 내국인 고객에게 최대 96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준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의 제휴를 통한 VIP 고객 확보에 나섰다. 주요 홈쇼핑사들은 연이어 해외여행 상품을 편성하며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육경건 하나투어 대표(좌). 김진국 노랑풍선 대표(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행업계는 투자·인사를 통한 '새판짜기'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2년 만에 134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하나투어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도 200억~300억원 가량을 더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는 자금 사용처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300억원은 단기 채무 해소에 투입하고, 남은 금액은 마케팅·운영·서비스 고도화에 투자한다.

노랑풍선은 최근 김진국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18년간 하나투어에서 글로벌경영관리본부장,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노랑풍선은 김 대표의 경험·역량을 통해 자사 플랫폼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떠난 하나투어는 영업 전문가 육경건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인사·재무 등을 담당하는 송미선 대표와의 각자대표 체제를 강화했다. 송 대표가 내부를 관리하는 가운데, 육 대표가 그 동안의 노하우를 발휘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짜 회복'은 아직…산업 재건해야

다만 아직까지는 면세·여행업계의 '찐'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남아있다. 해외여행 정상화는 인바운드 시장에 한정돼 있다. 아직 많은 국가가 국경을 열지 않았다. 특히 국내 외국인 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봉쇄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으로 치솟고 있는 유가도 악재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항공권 등의 가격이 높아지고, 수요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하늘길도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안건으로 국제선 운영 정상화를 상정할 계획이다. 외국인 입국시 PCR검사 의무 해제도 장기적으로 고려한다. 이 계획은 오는 10월까지 국제선 운행량을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면세·여행업계의 마케팅·투자 확대는 포스트 코로나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에 가까운 셈이다.

여행 시장 회복의 수혜는 대부분 대형 업체가 입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케팅·판촉 여력이 모자란 중소 면세·여행업체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업체도 많다. 이 경우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면세한도 폐지 등 시장 경쟁에 필요한 규제 완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그 동안 면세·여행업계가 입은 피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후 영업을 통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지만 지원 대책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큰 업체들만 남아 있는 시장은 그만큼 다양성을 잃게 되고, 산업 경쟁력도 악화된다.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면세·여행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제대로 된 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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