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기간이 앞으로 최대 20년까지 연장될 전망이다. 면세한도도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된다. 면세업계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 조치다. 업계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고환율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정부는 규제 개혁으로 업계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도 정부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다만 당장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을 비켜갔기 때문이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특허 수수료 기준 변경'과 '공항 임대료' 등은 대책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정부 입장이 전향적인 만큼 추가 대책에 대한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떻게 바뀌나
21일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면세점 특허 기간이 최대 20년까지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면세점의 최초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대기업 면세점의 특허 갱신 횟수를 현행 5년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중소·중견기업은 현행 5년 2회를 유지한다. 적용 시기는 2023년이다. 내년 1월 1일 이후 특허를 받거나 갱신하는 업체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면세업계는 '5년 시한부 특허'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허 기간이 짧아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업계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하늘길이 막히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특허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면세점도 늘어났다. 기획재정부는 면세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8년 만에 면세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행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된다. 술에 대한 면세 기준도 상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400달러 1ℓ 이하 술 한 병만 면세됐다. 앞으로는 2병까지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5000달러로 규정된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면세한도는 600달러를 그대로 유지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대책 환영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그동안 면세 특허가 5년마다 갱신되는 탓에 고용자 불안이 컸다. 특허가 연장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허 기간이 늘어난 만큼 장기적인 계획으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면세한도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쉽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허 기간 연장은 당장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든 조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객이 전무한 상황에서 기간 연장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공항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10년 20년 장기적으로 모험을 할 곳이 많을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업계는 오히려 특허 수수료 부과 기준과 공항 임대료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 국제공항 임대료를 고정 임대료에서 매출 연동으로 바꾸는 등 대책이 더 살갗에 와닿는 다고 본다"며 "이외에도 특허 수수료 부과 기준을 매출액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변경하는 등 조치도 필요하다. 정부도 변화에 나선 만큼 향후 후속 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면세한도 인상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면세한도가 200달러 올랐는데, 한화로 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화장품 한두 개 더 살수 있는 정도의 액수"라며 "8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200달러 인상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 800달러로 올라도 여전히 일본 중국에 비해 면세한도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홍콩은 면세 한도가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세업계
문제는 대외 변수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엔데믹 효과는 아직도 요원하다. 면세점의 주 고객층인 중국과 일본 관광객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제로' 정책을 펼치며 입출국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근 10만명을 넘어섰다. 무비자관광·자유여행 재개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환율도 문제다. 원 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이날 기준 원 달러 환율은 1307원이다. 고환율은 면세점에 치명적이다. 면세점은 달러로 기준으로 거래한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손님마저 없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도 잃고 있는 셈이다. 해외 출국자들이 증가세지만 면세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황은 매출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1687억 원) 대비 소폭 회복됐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월 매출인 2조1656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연간 매출 역시 지난해 17조8334억원으로, 전년 15조5052억원보다 증가했지만 2019년 24조8586억원보다 적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계속되는 이유다. 팬데믹에 고환율 등 악재가 겹치며 상황은 더욱 불확실성 속으로 빠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업계는 회복 불가능 수준의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가 업계의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