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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웃돈 주고 '스타일쉐어·29cm' 인수한 까닭

  • 2021.05.19(수) 11:00

우신사로 해결 못한 '여성복' 인수로 해결
비슷한 유형 매물 전무…경쟁 격화에 '프리미엄'

무신사가 3000억 원에 스타일쉐어와 29cm를 손에 넣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MUSINSA)가 여성 패션플랫폼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브랜드 플랫폼' 전략을 유지함과 동시에 여성복 부문을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신사가 남긴 숙제 스타일쉐어·29cm로 푼다

무신사와 스타일쉐어는 지난 17일 업무협약을 맺고 인수 절차를 개시했다.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 인수 후에도 스타일웨어의 독립 경영 체계는 유지된다. 매각 가격은 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무신사는 이번 인수의 이유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다만 단기적 이유는 여성복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1조2000억원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패션플랫폼이다. 회원 수도 8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1020세대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1020세대 남성은 패션업계 핵심 소비자인 2030세대 여성에 비해 구매력과 충성도가 낮다. 수요도 중저가 상품에 집중돼 있어 수익성도 좋지 않다. 무신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 자체 여성복 플랫폼 '우신사(WUSINSA)'를 론칭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지만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규모는 성장했지만 후발 주자인 탓에 브랜드 유치 등에 애를 먹었다.

무신사의 거래액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이에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결국 무신사의 외형 성장과 별개로 실적은 정체됐다. 지난해 무신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51% 성장한 3319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 감소한 455억원을 나타냈다. 이에 무신사가 여성복 사업을 빠르게 강화하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무신사는 지난달 진행된 1위 여성 패션플랫폼 W컨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세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무신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여성복 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쉐어는 약 770만명 회원 중 80% 가량이 15~25세 여성이다. 29cm는 고객 연령대가 더 높다. 25~45세 여성 회원만 330만명 정도다. 무신사의 이번 인수로 중복 회원 수를 감안하더라도 최소 800만명 이상의 여성 회원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왜 스타일쉐어·29cm인가

이런 기대효과와 별개로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필요 이상의 지출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스타일쉐어·29cm에 비해 거래액 규모가 큰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무신사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플랫폼을 인수하는 데 350억원을 더 쓴 셈이다.

이는 무신사의 '브랜드 플랫폼' 전략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무신사의 사업 계획에 W컨셉·스타일쉐어·29cm와 같은 플랫폼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W컨셉 인수에 실패하면서 시장에 남은 플랫폼은 스타일쉐어와 29cm뿐이었다. 가격 협상에서 무신사가 열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규모로만 보면 스타일쉐어와 29cm는 시장 지배적 플랫폼은 아니다. 스타일쉐어와 29cm의 지난해 거래액 합계는 약 3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38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한 에이블리, 거래액 3000억원의 브랜디 등 유사한 플랫폼이 많다. 표면적 수치로만 보면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하며 굳이 웃돈을 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사업 구조상 무신사에게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아니다. 무신사가 거래량을 키우기보다 브랜드 패션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무신사는 시장에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고가 상품은 외부 브랜드를 통해 라인업을 구성한다. 저가 시장은 자체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동대문에서 다량의 상품을 받아다 판매하는 도매 플랫폼이다. 취급 상품도 대부분 비브랜드 중저가 상품이다. 이들 플랫폼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무신사가 에이블리와 브랜디를 인수할 경우 무신사 스탠다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상품의 난립으로 브랜드 패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무신사

반면 스타일쉐어와 29cm는 W컨셉과 유사한 '온라인 셀렉트숍' 콘셉트 플랫폼이다. 컨템포러리 등 중·고가 브랜드를 주로 판매한다. 상품 라인업은 도매 플랫폼에 비해 적지만,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해 소비자 재구매를 유도한다. 특히 스타일쉐어와 29cm가 취급하는 상품 가격대는 우신사에 비해 높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기존 우신사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신사가 이번 인수에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은 신세계그룹과의 W컨셉 인수전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서는 스타일쉐어와 29cm의 가격을 약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해 왔다. 실제 인수금액과 차이가 있다. 이는 무신사가 신세계그룹과 W컨셉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비용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W컨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명품 온라인 쇼핑몰 'SI빌리지' 운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런만큼 신세계그룹과 W컨셉 연합군은 무신서에게 현실적인 위협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이 W컨셉을 가져가면서 시장 내 유사한 매물은 스타일쉐어와 29cm밖에 남지 않았다. 이 와중에 패션플랫폼 산업에 대한 유통·이커머스 기업의 관심도 높아졌다. 실제로 CJ ENM도 29cm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SK텔레콤 등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다. 또 다른 경쟁자가 스타일쉐어·29cm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신사가 높은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인수를 추진해야 했던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에게 가치 훼손을 이유로 도매 플랫폼에 입점하지 말 것을 요구할 정도로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에 이런 전략적 기조를 유지하며 인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스타일쉐어·29cm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만큼, 무신사 입장에서는 고가에 인수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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