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직장인이 패션에 위트를 줄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14일 오후 찾은 서울시 성수동의 이구성수에 위치한 '맨즈포뮬라'. 유명 패션 유튜버 '풋티지브라더스'(강재영·강원식 형제)의 '맨 스타일링 클래스' 강연이 한창이었다. 한 참가자의 이같은 질문에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는 "무채색 안에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며 "기본기인 핏팅감 실루엣을 찾아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유튜버 '오사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츠다'가 그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들의 패션 고민 상담이 이뤄진 이곳은 흡사 패션 아카데미나 백화점이 아니다. 무신사의 온라인 편집숍 '29CM'의 첫 남성 팝업스토어 '맨즈포뮬라'다. 패션도 공식처럼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29CM는 이번 팝업을 발판으로 남성 패션에 본격적으로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29CM는 주로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알려져 왔다. 이젠 그간 쌓아온 큐레이션 역량으로 25~39세 남성 고객층까지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공간은 '체험'일 뿐
매장은 마치 매장이라기보다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준다. 옷 자체보다 공간에 녹아드는 패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장 1층은 사무 공간을 연상하는 오피스 분위기로 연출됐다. 이곳에서 옷을 입은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자연스럽게 상상해볼 수 있게된다. 29CM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오프라인에서 판매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대신 29CM는 공간을 하나의 오프라인 체험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1층에선 29CM가 큐레이션한 데밀, 포터리 등 브랜드의 상품 18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포뮬라'라는 이름처럼 남성 패션의 기본 공식을 지킨 느낌이다. 소위 말하는 셔츠와 바지 등 '기본템'을 마련하기 좋아 보였다. 포터리와 어나더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출근룩으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면서 그렇다고 '올드'해 보이지 않았다. 최대 80%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주말 세일'을 이용하면 가격대도 썩 괜찮게 느껴졌다.
매장 2층은 하이엔드 공간이다. 강남 신사동 유명 편집숍 '프레이트'(FR8IGHT)가 큐레이션한 인기 하이엔드 브랜드 9종으로 구성했다. 이번 맨즈포뮬라 전시 콘셉트는 헤리티지&클래식(Heritage&Classic)이다. 여기에 걸맞는 안경 등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맨즈포뮬라는 오는 9월 15일부터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콘셉트로 2차 전시를 열 예정이다. '데상트 얼터레인', '로아' 등 브랜드 국내외 브랜드가 참여한다.
29CM의 스타일링 가이드
팝업 오픈 기념 '스타일링 가이드' 강좌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풋티지브라더스가 남성들의 패션 고민 질문을 받아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와 강재영 유니페어 대표는 국내에서 '패션통'으로 꼽힌다. 강원식 대표는 캐나다구스를 국내에 첫 론칭한 인물이다. 강재영 대표는 국내에 클래식 구두 전문 편집숍 시장을 개척한 구두 전문가다. 클래스에는 30여 명의 손님들이 사전신청을 통해 참석했다.
실전에 적용 가능한 유용한 꿀팁이 많았다. '어떤 기본템을 구입해야 하나'는 물음에 이들은 '예일 유니버시티 드레스 코드' 참조를 조언하기도 했다. 이는 1960년대 예일 대학이 신입생에게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 20가지의 복장 규정을 정리한 가이드다. 강원식 대표는 "클래식한 옷을 입어보려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났음에도 홀로코트와 자켓 등 유용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을 스타일링 색조합 팁도 전했다. 기본적으로 네이비와 그레이, 베이지와 브라운을 두 가지 축으로 삼으면 좋다고 권했다. 여기에 안경과 벨트 등 다른 색의 소품을 사용하는 식이다. 나에게 맞는 기장 찾기 방법도 전수했다. 자신의 인심(inseam)길이를 아는 것이 포인트다. 인심은 사타구니 안쪽부터 발바닥까지 길이를 말한다. 강원식 대표는 "옷을 잘 입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와 같이 강연을 들었던 대학생 박모 씨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 이날 맨즈포뮬라를 방문했다"며 "평소 즐겨보던 패션 인플루언서를 실물로 보고 플랫폼에서만 봤던 옷들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른 행사가 진행된다면 추후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만족해했다.
남성패션 힘주는 29cm
이처럼 29cm 팝업 전략은 영리해 보였다. 그간 업계에서 남성 패션만을 대상으로 하는 팝업스토어는 드물었다. 이마저도 고가 브랜드가 위주거나 골프 등산 등으로 목적성이 한정되어 있었다. 직장인인 다수인 25·39세대 남성 고객이 여러 제품을 둘러볼 공간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멘즈포뮬라는 이런 '빈틈' 수요를 노릴 수 있다.
29CM는 이번 맨즈포뮬라를 시작으로 남성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경쟁력은 큐레이션 능력이다. 29CM는 플랫폼 메인에 가격·할인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입점 브랜드 스토리 소개에 집중한다. 마치 매거진과 같다. 이 덕분에 경쟁력 있는 신진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다. 지난달 말 기준 29CM 입점 남성 패션 브랜드 수는 2900여개에 육박한다. 남성 고객의 25·39세대 비중 역시 약 70%에 달한다.
29cm가 남성 패션을 점찍은 이유는 성장세가 높아서다. 29CM의 올해 상반기 남성 신규고객 수와 고객 1인당 구매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모이프, 어나더오피스, 해칭룸 등 신진 남성 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잘 큐레이션한다면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29CM 관계자는 "2539세대 남성을 메인 타깃층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29CM가 큐레이션한 남성 패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연계 브랜딩과 세일즈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는 것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