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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무신사 냄새"…SNL 녹아든 쿠팡의 '칼날'

  • 2023.02.01(수) 06:50

무신사 녹다운시킨 '무신사 냄새'
'트렌드 싸움' 치열해진 유통업계
패션 힘 쏟는 쿠팡 "의도성 없었다"

SNL 코리아 / 사진=쿠팡플레이

'무신사 냄새 지리네?'

얼마 전 쿠팡플레이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한 신입사원이 무신사 옷을 입고 출근했는데 배우 주현영이 그 모습을 보며 이같이 속삭입니다. 한때 스트릿 패션으로 유명했던 무신사가 이젠 누구나 입어 독특함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비꼼이었습니다. 주현영이 어찌나 찰지게 연기를 하던지 평소 무신사를 즐겨 입던 제가 다 뜨끔할 정도였습니다. 

방송 이후 이 대사는 꽤나 파급력이 컸습니다. 2030패션 커뮤니티,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일대 파란이 일었습니다. '무신사 냄새 벗어나려면 뭐 입어야 하나요', '이게 무신사 냄새 패션인건가요?'. '여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나요', '무신사 냄새 자가 진단법' 등의 게시글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무신사가 쿠팡플레이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저처럼 무신사를 주로 입던 2030 남성들이 모두 '헉' 했던 겁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쿠팡이 무신사를 '저격'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갑자기 쿠팡플레이에서 무신사를 희화화한 대사가 나온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거죠. 다들 아시다시피 SNL코리아는 쿠팡플레이의 간판 콘텐츠입니다. 

사진=SNL코리아 캡쳐

실제로 쿠팡에게 무신사는 껄끄러운 존재입니다. 쿠팡은 식음료, 생필품 분야에서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 부문은 약체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최근부터 부랴부랴 패션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2030남성 대표 패션몰인 무신사는 쿠팡에 큰 걸림돌이죠. 이 때문에 최근 쿠팡은 무신사 견제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말 '로켓 그로스 패션팀'을 신설합니다. 패션 브랜드와 셀러를 공격적으로 영입해 패션 경쟁력을 전문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주 경쟁 타깃도 무신사로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무신사의 주요 입점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5개의 중저가 패션 브랜드를 신규 유치하기도 했죠.

정황상 쿠팡이 무신사를 눌러야 했던 이유는 충분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공격(?)은 어떤 마케팅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대중들을 동요시키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한 패션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무신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나 버린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쿠팡은 절대 무신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SNL은 정치 사회 등 여러 소재를 풍자 요소로 삼는데 이번엔 패션이 됐던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SNL은 최신 트렌드를 극에 녹이는 것이 '포맷'인 프로그램입니다. '오얏나무 아래 갓끈 맨격'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SNL에 무신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무신사 냄새'가 일종의 '밈'이 된 상황이니까요. 패션 브랜드가 이 '덫'에 한 번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무척 힘듭니다. 이 때문에 고생했던 브랜드도 한두 개가 아니죠. 일명 일진 이미지가 박힌 '노스페이스', '언더아머' 등 브랜드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다시 바꾸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쿠팡 플레이 월간활성화 이용자수 변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무신사도 겉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이 참 끓고 있을 겁니다. 무신사 측은 코미디인 만큼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자칫하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더 이슈화되어 일을 더 키울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을 겁니다.

이번 사건으로 분명해진 것은 쿠팡플레이의 영향력입니다. 현재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화 이용자수는(MAU)는 현재 400만명에 육박합니다. 이젠 웬만한 TV의 영향과 견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트렌드를 구축하고 이끌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습니다. 이는 유통의 본질인 소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트렌드야말로 사람들의 인식을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요소니까요.

실제로 쿠팡플레이가 SNL을 통해 유통 트렌드를 저격한 것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이달 초 방송됐던 김옥빈 편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각종 '페이'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쿠팡은 현재 자사 페이인 '쿠페이'를 운영하고 있죠. 이뿐 아니라 쿠팡은 여러 음료와 식품도 PPL 상품으로 등장시키며 상당한 파급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들 다수가 이미 쿠팡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현재 유통업의 싸움은 트렌드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유통업의 온라인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는 더 뚜렷해졌습니다. 트렌드를 설계하고 이끄는 자가 최종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대표적인 무기가 됐습니다. 쿠팡은 앞으로 이 힘을 십분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플레이 SNL의 칼날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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