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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②컨디션이 꽃피운 '춘추전국시대'

  • 2022.01.11(화) 06:55

컨디션 성공에 경쟁 제품 줄줄이 출시
일부 '음해 마케팅' 불구 유일하게 생존
'여명 808' 도전…30년째 압도적 1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컨디션, 한판 붙자

컨디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 뛰어듭니다. 컨디션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숙취해소에 좋은 성분들을 잇따라 연구해 내놓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당시 미원(현 대상)이 내놓은 '아스파'입니다. 아스파는 대표적인 해장국인 콩나물국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콩나물 뿌리에 함유돼있는 '아스파라긴산'이 숙취해소 좋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제품을 내놨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선무약에서는 '솔표 비즈니스', 청주 제조업체인 백화는 '알지오', 럭키(현 LG생활건강)는 '비전'이라는 숙취해소 음료를 선보였습니다. 종근당도 생약소재의 '시티맨', 보해양조는 꽃가루와 식이성 섬유음료를 혼합한 '굿모닝'을 출시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품은 컨디션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컨디션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1994년 1월 28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당시 미원의 '아스파' 광고. '컨디션'의 질주에 경쟁업체들은 잇따라 숙취해소 음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원은 콩나물 뿌리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산'이 숙취 해소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 사진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 규모는 급성장합니다. 컨디션 출시 4년 만인 1996년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 규모는 500억원대를 기록합니다. 컨디션에 도전장을 내민 여러 업체들은 컨디션과 차별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컨디션의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컨디션을 겨냥한 경쟁업체들의 다양한 '음해 마케팅(?)'이 등장합니다. 경쟁사들은 광고에 "그날의 컨디션을 믿고 마시다 보면 자칫 과음하게 돼 큰코다치기 쉽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OOO"과 같은 카피를 사용, 컨디션을 저격했습니다. 유사품도 나옵니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콘디션', '컨트롤' 등 유사품을 내놨죠. 이 제품들은 주로 서울 변두리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에서 몰래 판매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하지만 컨디션이 독주하던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도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합니다. 지금껏 컨디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업체들보다 규모도 작습니다. 마케팅도 세련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컨디션의 경쟁자로 급부상합니다. 바로 '여명 808'입니다. 1998년 출시된 여명 808은 '숙취해소용 천연차'임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합니다.

여명 808은 '807번의 실험 실패 끝에 808번째에 성공했다'고 해서 여명 808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국내 최초로 '특허'를 받은 숙취해소 음료이며  총 11개국에서 특허출원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름의 묘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냅니다. 특유의 한방차와 같은 맛이 특징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1998년 12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여명 808' 광고. 당시 '여명 808'은 세계 최초, 특허 받은 숙취해소용 천연차라는 점을 앞세워 '컨디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사진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실제로 여명 808은 출시 2년 만에 컨디션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특허'와 '세계 최초'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비자들에게 조금은 촌스러운 광고와 마케팅이 컨디션이 꽉 잡고 있었던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뒤흔든 겁니다. 그리고 이후 2000년대까지 컨디션과 여명 808의 양강 구도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는 컨디션이었습니다. 여명 808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음에도 컨디션은 특유의 마케팅과 탄탄한 소비층 등을 토대로 꾸준히 시장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컨디션의 시장 점유율은 47.5%입니다. 올해로 출시 30년을 맞는 컨디션의 누적 판매량은 6억7200만병에 달합니다.

주인이 바뀌어도…압도적 1위

경제 뉴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몇 년 전부터 컨디션의 제조사가 바뀌었습니다. 쉽게 말해 주인이 바뀐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컨디션은 1992년 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만든 제품입니다. 이후 제일제당은 CJ제일제당으로 사명을 변경했죠. CJ제일제당은 2014년 제약사업부를 CJ헬스케어로 떼어냅니다. 이후 CJ그룹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합니다.

현재 컨디션은 한국콜마의 자회사인 HK이노엔이 판매합니다. 컨디션은 매각 전 CJ헬스케어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실제로 CJ헬스케어 매각 협상 당시 CJ그룹은 컨디션만큼은 매각을 원치 않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한국콜마가 컨디션이 빠진 CJ헬스케어는 인수하지 않겠다고 나서 결국 컨디션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컨디션은 지금도 HK이노엔의 주요 제품 중 하나입니다.

현재 HK이노엔이 생산·판매하고 있는 '컨디션' 제품 라인업 / 사진=HK이노엔

주인은 바뀌었지만 컨디션의 입지는 여전합니다. 이는 다양한 변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2000년대 들어 국내 주류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 음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겁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여성들도 남성 못지 않게 주류 시장의 중요한 소비자로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MZ세대 등도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음주 인구의 구성과 트렌드 변화는 컨디션을 비롯한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환(丸)'형태의 숙취해소제가 대표적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을 앞세워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컨디션도 2019년 '컨디션 환'을 내놓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컨디션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총 6번의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증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컨디션만이 갖고 있는 제조의 비밀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R&D 담당자를 직접 만나 컨디션 개발의 뒷이야기를 살짝 들어봤습니다. 컨디션 제조의 비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기대해 주세요.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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