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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약' 챙겨마신 주류업계, 반전 나선다

  • 2022.04.08(금) 17:25

[워치전망대]주류업계, 지난해 명암 엇갈려
하이트·오비 울고 롯데칠성 상대적 선방
리오프닝 타고 유흥·가정용 '쌍끌이' 흥행 도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류업계의 지난해 성적표가 엇갈렸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2년째 지속되며 대표주자인 하이트진로·오비맥주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 '위드 코로나'에 희망을 걸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무위에 그쳤다. 반면 수제맥주 주문자위탁생산(OEM)을 확대한 롯데칠성음료와 와인·위스키 중심 기업들은 체면치레를 했다.

이들은 올해만큼은 예년과 다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다. 2년 동안 변화한 시장에 적응하며 유흥용·가정용 시장을 모두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여름 성수기를 계기로 본격적 반전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하이트·오비 울고 롯데칠성 웃었다

주류시장의 맏형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 2조2029억원, 영업이익 174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4%, 12.3% 줄어든 수치다. 가정용 시장에서 '테라'가 선방했지만, 코로나19로 유흥용 시장이 위축되며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소주 사업이 부진했다. 다만 음료와 와인 유통사업, 해외법인 등이 호실적을 내며 타격을 최소화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맥주 1위 오비맥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0.4% 줄어든 1조344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2945억원이었다. '올뉴카스', '한맥' 등 신제품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유흥용 시장 위축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원부자재 가격과 수입 맥주 운송비 등이 폭등하며 매출원가도 크게 늘었다. 때문에 매출 감소에 비해 영업이익이 더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주류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672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45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수제맥주 OEM 사업이 시장 성장에 힘입어 실적을 끌어올렸다. 생산라인 통폐합 등 비용 효율화 작업도 주효했다. 위스키·와인 유통이 주력인 디아지오코리아·골든블루는 '선방'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이들 주류가 인기를 끈 결과다.

맥주와 소주의 주류시장 내 영향력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주류업계의 명암은 사업 구조에 따라 엇갈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주류시장은 유흥용과 가정용 시장이 6:4를 유지했다. 압도적 영업력을 앞세워 유흥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오비맥주가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용 시장이 위축됐다. 한때 가정용 주류 시장의 비중이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때문에 하이트진로·오비맥주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가정용 주류 시장을 젊은 소비자들이 주도하며 와인·위스키·증류식 소주 등 고급 주류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2017년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6829억원이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유통채널 자체브랜드(PB) 맥주와 수제맥주가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에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었던 롯데칠성음료·디아지오코리아·골든블루가 반사이익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오비맥주는 유흥용 시장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가정용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다양한 제품에 관심을 갖는 젊은 소비자가 많고, 불특정 다수 고객 대상의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하이트진로·오비맥주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사실상 마케팅뿐이다. 자연스럽게 비용이 증가하게 돼 영업이익 악화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는 간다, 반전도 온다

주류업계의 올해 전망은 밝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다소 꺾이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사실상 일상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사이 유흥용 시장도 최근 비중 40%를 다시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초의 일이다. 이런 가운데 주류업계는 지난 2년간 유흥용·가정용 시장을 모두 공략하기 위한 노하우도 얻었다. 최근 가격인상의 영향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실적 개선은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4년을 맞은 테라의 새 캐치프레이즈를 '리바운스(다시 튀어오르다)'로 정했다. 숟가락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푸너'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도 전개하고 있다. 재미 요소를 강화해 존재감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밀맥주 '카스 화이트'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알코올 도수를 15도로 낮춘 '처음처럼 꿀주'로 유흥 시장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사업 재편 움직임도 나타난다. 와인 유통이 주력이던 신세계L&B는 최근 발포주 '레츠'를 선보였다. 보리 함량을 높여 맥주 수준의 맛을 구현해 맥주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블렌디드 위스키 '윈저'를 매각했다. 고가·고수익성 제품인 증류식 위스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골든블루는 수입 맥주 '칼스버그'와 전통 증류주 '혼' 등 제품을 앞세워 종합주류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지난 2년간 긴 터널을 헤매면서 시장 구조가 뿌리에서부터 흔들렸다. 그간의 방식은 효과를 잃었다. 다만 이는 '쓴 약'이기도 했다. 가정용 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가 떠올랐다. 모두가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는 향후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주류업체들은 그 동안의 경험을 무기 삼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들이 써나가게 될 '여름 대전'의 스토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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