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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기 러버 무장해제" 신세계푸드의 '힙'한 실험

  • 2022.07.22(금) 06:50

고기 없는 정육점…'더 베러' 가보니
2030세대 겨냥 식물성 메뉴 '총망라' 
대체육 대중화 노려…"피드백 살필 것"

더 베러에서 맛 본 미트볼, 일반 미트볼과 식감과 맛 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고기 없는 정육점'이 등장했다. 신세계푸드가 '인싸'들의 성지 압구정에 식물성 정육점 '더 베러(The Better)'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푸드는 친환경과 동물복지 등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더 베러를 선보였다. 이들을 겨냥한 메뉴도 대거 내놨다. 

신세계푸드는 더 베러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대체육은 특정 소비자만 찾는다는 인식을 희석시키고 대중성을 강화한다. 장기적으로 더 베러에서 얻은 피드백과 데이터를 활용해 일반 소비자 대상(B2C)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푸드는 이를 통해 아직 선두가 없는 블루오션으로 지목되는 대체육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힙' 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더 베러를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힙'한 감성이 물씬 풍겼다. 붉은빛의 네온사인 아래 돼지고기 모형이 먹음직스럽게 걸려있었다. 벽면에는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메시지를 담은 갖가지 페인팅이 그려져 있었다. '유러피안 뉴트로'가 매장의 인테리어 콘셉트다. 일반 정육점의 색깔을 살짝 가미하고 브런치 카페를 잘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매장 한쪽에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티셔츠와 에코백 머그컵 등 친환경 굿즈도 전시되어 있었다. 

내부의 모습, 정육점과 브런치 카페를 적절하게 섞은 느낌이다. 레트로 감성이 콘셉트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더 베러는 단순히 정육점의 콘셉트를 빌려온 매장이 아니다. 실제로 고기를 판다. 다만 100% 식물성인 대체육이다. 슬라이스 햄 콜트컷과 미트볼, 다짐육 등 여러 형태의 대체육을 구입할 수 있다. 모두 신세계푸드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 제품이다.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발색제 없이 오직 식물성 원료로만 고기를 만들었다는 게 신세계푸드의 설명이다. 고기 이외에도 식물성 대체식품으로 만든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대체 달걀흰자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 비건 빵 도 눈에 띄었다.

일반 메뉴도 인상적이었다. 더 베러는 대체육을 활용한 샌드위치, 샐러드, 대체유(乳) 음료를 제공했다. 대체육을 일반 식품처럼 대중화하려는 노력이다. 가격도 최대한 낮췄다. 고기의 경우 가격은 100g당 5000~6000원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오는 30일부터는 일반 소비자에게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베러미트 제품은 그동안 스타벅스 등 B2B 위주로 운영됐다. 이번 팝업스토어 반응을 보고 B2C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6개월간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물성 고기, 그 맛은?

베러미트의 슬라이스 햄 '콜드컷'은 볼로냐, 모르타델라, 슁켄 세 종류다. 각각 맛이 다르다. 볼로냐는 순한 맛이 특징이다. 모르타델라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슁켄에는 매운 맛을 더했다. 고기와 비슷하면서도 대체육이 주는 새로운 담백함에 놀랐다. 이날 기자는 대체육을 처음 맛봤다. 말린 콩고기 등은 먹어봤지만 냉장육은 처음이었다. 일반 냉장육 특유의 비릿함이 없어서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따로 구입해서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체육으로 만든 샌드위치와 대체유로 만든 코코넛 밀크 등을 맛볼 수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가장 놀랐던 것은 미트볼이다. 일반 미트볼과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한입 베어물자 고기 특유의 고소함이 확 풍겼다. 식물성 고기의 관건은 육즙과 식감이다. 일반적으로 대체육은 굽기 등 조리가 힘들다. 가공 단백질로 만들어져 조직이 연해서다. 하지만 더 베러의 미트볼은 식감이 일반 고기와 다를바 없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넣어서 만들었다"며 "햄마다 재료의 배합과 가공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샌드위치와 대체유 음료의 궁합도 좋았다. 대체유 음료는 동물성 우유 대신 오트(귀리)밀크, 아몬드유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 그린티 밀크와 코코넛 밀크를 마셔봤다. 우유가 없어도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평소 소화가 어려워 흰 우유를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대체유 음료는 우유 특유의 더부룩함이 없었다. 다만 가격은 한 병당 7000원으로 조금 비쌌다. 이 점을 제외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비건 푸드는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는 편견이 이날 깨졌다. 

더 베러에 담긴 신세계푸드의 '노림수'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의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대체육은 신념이나 건강 등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찾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 대체육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 제품도 외국산에 한정되어 있었고 판매 채널도 다양하지 않았다. 신세계푸드는 더 베러와 같은 '실험'으로 대체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대체육은 성장성이 높은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있는 더 베러 매장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의 주요 타깃을 2030세대로 잡고 있다. 더 베러를 압구정에 열고 '힙'하게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동물복지, 친환경, 건강 등 최신 소비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대체육이 스며들기에 좋은 토양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은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세대다.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 대체육의 이미지를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더 베러에 담긴 신세계푸드의 노림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더 베러는 2030세대 등 일반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매장이다. 압구정에 문을 연 것도 이런 이유"라며 "현장 피드백이 좋다면 매장을 지속적으로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이를 면밀히 살펴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메뉴도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대체육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기 강연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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