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A씨는 배달의민족의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즐겨 사용한다. 과일·샴푸·면도기 등 생필품이 필요할 때마다 앱으로 주문한다. 30여분만에 문 앞으로 상품이 온다. 이 덕에 편의점·마트에 가는 일도 줄었다. 다만 문제는 '쓰레기'다. A씨는 "큰 비닐 봉투에 파손 방지, 온도 유지를 위한 비닐도 가득"이라며 "가끔은 포장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통업계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다음 달 크게 강화된다. 사실상 매장에서 비닐봉투·플라스틱의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배달앱은 여전히 일회용품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의 규제 범위가 모호해서다. 일례로 B마트 등 퀵커머스 마트는 비닐봉투 규제 대상이 아니다. 배달 음식에 따른 플라스틱도 계속되는 문제다. 반면 업계의 다회용 용기 등 대안 마련 속도는 소걸음이다.
'일회용' 퇴출하라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음 달 24일부터 편의점 등 소매업과 제과점에서 비닐봉투가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돈을 내고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불법'이다. 비닐봉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도 사용할 수 없다. 오직 종량제 봉투, 종이봉투, 다회용 봉투 등만 사용 가능하다. 앞서 환경부는 기존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대형마트·백화점 등)와 165㎡ 이상 슈퍼마켓에 이를 적용했다.
카페나 식당 등에서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와 막대 등을 쓸 수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의 일환이다. 대형 커피전문점은 물론 '동네 카페'서도 플라스틱 빨대로 음료를 마실 수 없다. 다만 포장 음료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후 계도 기간 없이 즉시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관련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미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중소 카페 자영업자들도 '대체재'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비닐봉투의 발주를 중단했다. 업계는 점주와 소비자 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제도 변경에 대한 가맹점주 안내가 한창이다. 아직 제도 변경을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편의점들은 매장 내 포스터 부착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달은 사각지대?
반면 배달앱은 상대적으로 일회용에서 여유로운 모양새다. 일회용품 사용이 필수 불가결한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B마트가 대표적이다. 국내 퀵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지역에 거점 마트를 두고 30분 이내로 고객에게 생필품을 배달한다. 편의점의 최대 강점인 근접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편의점의 대표적 경쟁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B마트 등 퀵커머스 마트(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는 현재 환경부 규제에서 빠져있다.
이번 환경부의 규제 범위는 종합소매업, 식품접객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퀵커머스를 위한 마트는 '무점포 판매업'에 해당 된다. 다음 달 24일이 지나도 B마트는 비닐 봉투를 사용해도 되는 셈이다. 쿠팡이츠마트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한국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현장에 매장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상거래업의 창고형 매장이라면 해당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배달앱의 일회용 문제는 비단 비닐봉투 뿐만이 아니다. 배달 음식은 여전히 플라스틱 등 일회용 증가의 주범이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배달 음식 1개에는 18.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된다. 배달 음식 소비자 1인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는 연간 평균 1342개(10.8㎏)에 육박한다. 하지만 재활용을 할수 있는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전체의 45.5%에 불과하다.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했다. 배달앱의 역할도 컸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이 기간 적지 않은 매출을 기록했다. 배달앱 업계가 환경 이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이다. 앞선 A씨는 "배달을 시키면 플라스틱부터 비닐봉투, 랩까지 일회용 쓰레기가 한가득"이라며 "분리수거도 만만치 않은데, 다회용 용기 등 대안이 있다면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배달이야
환경부와 배달앱 업계도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달앱들은 그동안 '일회용 수저·포크 받지 않기', '먹지 않는 반찬 안 받기' 등 친환경 옵션을 추가했다. 더 나아가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는 지난 4월 서울시와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식당에서는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하고, 고객은 다 먹은 다회용기를 집 앞에 내놓는다. 이후 수거 업체가 이를 세척에 식당에 돌려주는 식이다.
문제는 서비스 확장 속도다. 아직 서울시 강남구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이를 도입한 곳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물론 배달앱 업계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모든 배달 수요를 다회용으로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호소다. 소비자 인식도 문제다. 배달 음식에서는 여전히 일회용품을 더 편리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사실 친환경은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절대적이다.
점주에게 참여를 강요할 수도 없다. 배달앱은 식당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이다. 이들에게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영업자들도 다회용기의 안착을 불투명하게 본다.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 많아서다. 이를 제거하려면 추가 세척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배달비가 또 오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시처럼 지자체와 배달앱 업계,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는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배달로 넘쳐나는 플라스틱·비닐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서울시에 따르면 시범 기간 다회용기 배달 주문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다회용기 등 도입은 배달앱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의지가 밑바탕이 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마트는 론칭 이후 생분해성수지 비닐봉투만 사용하고, 물로 채운 아이스팩, 종이 완충재 등 친환경 포장정책을 통해 환경 위해 요소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