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르포]묵은 빨래하러 갔다…'편의점'으로

  • 2023.02.12(일) 09:05

GS리테일의 '무인세탁' 실험
쇼핑과 세탁 '연계 시너지' 노린다
"고객 의견 청취"…전국 확대 계획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GS더프레시×크린토피아 무인세탁함'

지난 1일 오후 찾은 서울 신정동 소재 GS더프레시 양천신은점. 매장 입구 옆에는 낯선 기계가 우뚝 서 있었다. 기계 옆에는 '무인세탁함'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기계 가운데 위치한 키오스크에 손을 대자 '세탁의뢰', '세탁물 찾기'라는 두 개의 탭이 뜬다. 슈퍼를 향하던 한 주부는 해당 기계를 보며 "이젠 슈퍼에서 빨래도 하네"라며 신기한 듯 쳐다봤다. 

GS리테일은 지난달 27일 세탁기업 크린토피아와 손잡고 이곳에 무인세탁함을 설치했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달 12일에도 편의점인 'GS25속초5주공점'에도 무인세탁함을 들인 바 있다. 현재 GS리테일은 쇼핑과 세탁 서비스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도심 곳곳 편의점·슈퍼 등 GS리테일 매장을 세탁서비스와 연계해 '집객'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직접 사용해 보니

직접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다)으로 세탁을 맡겨봤다. 츄리닝 한 벌, 수건 2장, 담요 2장, 양말 등 평소 빨기 귀찮던 묵은 빨래를 들고 왔다. 맡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키오스크의 안내음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세탁물 수량, 추가 의뢰 사항을 입력하면 된다. 완료 접수증을 받으면 이후 '텅!' 소리와 함께 접수함의 문이 열린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접수함에는 세탁물을 담을 수 있는 비닐이 있다. 여기에 빨래를 담아 묶어준 후 다시 넣어주면 세탁의뢰가 끝난다. 계산은 후불이다. 세탁물을 찾으러 올 때 카드로 계산하면 된다. 가격은 기본 한벌당 셔츠류 1200원, 정장 1벌 6000원, 스웨터류 3200원, 코트류 7300원, 점퍼류 5100원, 운동화류 4300원 선이다. 세탁물이 수거되면 다음날 세부금액이 문자로 온다. 

장을 볼 때 겸사겸사 빨래도 맡길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보였다. 특히 GS더프레시 양천신은점이 위치한 신정동은 서울의 대표적 주거상권이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세탁 수요가 많은 곳이다. GS리테일이 크린토피아와 이곳을 테스트 매장으로 점찍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세탁 등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한 현실을 감안하면 인기 가능성이 엿보였다. 

'2%' 아쉬운 서비스

다만 아직 아쉬운 점도 많았다. 키오스크 서비스다 보니 핸드폰 번호, 세탁물 정보 등을 한번 잘 못 입력하면 되돌리기 어려웠다. 간단한 핸드폰 번호를 다시 수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해당 매장 담당자에게 키오스크 관리자 계정을 공유받아 이를 해결했다. 비교적 높은 가격도 고민이었다. 총 세탁 비용은 2만원이었다. 총 6벌의 세탁물을 맡긴 것 치곤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품'이 들만한 세탁물을 맡기기도 난감했다. 수거함이 비교적 크지 않아 구겨지기 쉬운 옷을 넣기가 꺼려졌다. 세탁 시간이 이틀 정도 걸리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늘고 있는 셀프빨래방을 이용하면 한 시간 이내 세탁이 끝난다. 게다가 이들은 최근 세탁물을 수거해 집에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무인세탁함이 과연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해당 무인빨래함을 관리하는 크린토피아 관계자는 "무인세탁함을 크린토피아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가격이나 세탁 진행 상황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 중"이라며 "현재 하루에 한 건에서 두건 정도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앞으로 서비스가 좀 더 알려지면 사용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GS리테일의 '큰그림'

현재 GS리테일의 목표는 '라이프스타일플랫폼' 도약이다.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밀착 공간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외식 △디저트 및 HMR △금융서비스 △렌탈 △택배 △공유경제 등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편의점 등 매장은 상품 판매에만 집중해왔다. 여기에 따른 성장 한계점은 분명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유통 채널에 없는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실제로 GS리테일은 현재 다양한 이색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GS25는 결혼정보업체 가연과 손잡고 이색적인 '결혼상담 연결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골드바를 구매할 수 있는 금자판기도 수도권 지역 일부 매장에 설치했다. 이외에도 은행과 손잡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혁신 점포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라이프스타일플랫폼' 도약을 위한 노력이다.

물론 GS리테일의 이번 '빨래'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셀프빨래방 사업은 포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빨래방 점포수는 8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주요 브랜드 점포수가 약 5000여 개다. 이 중 무인 점포로 운영되는 곳만 9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무인 빨래방 브랜드 '워시엔조이'는 최근 점주 모집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은 테스트 기간을 거쳐 크린토피아와 더 정교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무인 서비스의 확대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이색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이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 무인세탁함을 도입했던 것"이라며 "고객 의견 청취 등 서비스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빠르게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