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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빵 맛집' CU의 '프랑스빵' 흑역사

  • 2023.03.08(수) 07:50

CU, 2021년 론칭한 '뺑 드 프랑' 철수
프랑스산 원재료 공급·빵 라인업 문제
이후 '연세우유 생크림빵'으로 반등

그래픽=비즈워치

요즘 가장 핫한 빵집을 하나만 고르라면 어디일까요. 최근 몇 년간 국내 식품 시장 마케팅의 기준이 된 노티드도 아직 유효할 테구요. 연남동을 벗어나 이제 전국구 브랜드가 된 카페 레이어드나 런던베이글뮤지엄을 꼽는 분도 있을 겁니다. 

위에 거론된 베이커리들 모두 훌륭하지만, 저는 이 브랜드를 고르고 싶습니다. 바로 CU입니다. 네, 바로 그 편의점 CU 이야기입니다. '또 연세우유크림빵 이야기 하려고 하지'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오늘은 크림빵 이전에 '프랑스빵' 이야기부터 해 보려 합니다.

CU의 아픈 손가락 '뺑 드 프랑'

갑자기 웬 프랑스 빵이냐구요. 이야기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해 1월 GS25는 프리미엄 PB 빵 브랜드 '브레디크'를 론칭합니다. 기존 양산빵의 퀄리티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고퀄 양산빵'을 만들겠다는 거였죠. 

베이커리만큼 고급지면서도 베이커리보다 훨씬 싼 '프리미엄 양산빵'의 등장에 소비자들은 두 팔 벌려 환호했습니다. 100일 만에 500만개, 8개월 만에 1000만개가 팔려나가며 '대박'이 났죠. 4월에는 세븐일레븐이 '브레다움'을 론칭하며 프리미엄 PB빵 브랜드 대열에 합류합니다. 

CU의 PB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사진제공=CU

CU는 당시 3000개가 넘는 '빵 굽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던 자타공인 '빵 전문 편의점'이었지만 PB 브랜드를 만드는 건 한 발 늦은 5월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프리미엄만을 강조했던 브레디크·브레다움과 달리 '프랑스 빵'이라는 테마를 갖고 옵니다. 바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입니다. 

뺑 드 프랑은 밀가루부터 버터, 생크림까지 모두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원재료를 사용했습니다. 프랑스 대표 빵인 바게트의 경우 아예 프랑스산 생지를 직수입했죠. 경쟁사들이 식빵, 크림빵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빵을 내세울 때 CU는 크루아상과 바게트, 깜빠뉴를 강조했습니다. 

'정통 프랑스빵' 안 통했다

어떻게 됐냐구요. 채 1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뺑 드 프랑은 론칭한 지 반 년 후인 지난해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단종 수순을 밟았습니다. 지금은 CU에서 완전히 사라진 브랜드가 됐죠.

문제는 여러가지였습니다. 우선 주요 재료를 모두 프랑스에서 직수입하는 콘셉트가 걸렸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했습니다. 롯데제과, SPC삼립 등 국내 제조업체를 끼고 운영되는 경쟁 브랜드들과 달리 해외 업체와 조율해야 했던 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웠죠. 

뺑 드 프랑 제품들을 들고 있는 모델/사진제공=CU

'정통 프랑스식'을 강조했던 메뉴 선정에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뺑 드 프랑의 주력 제품은 2000원짜리 크루아상이었는데요. 당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에서 팔던 크루아상이 1800~20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파는 크루아상이 당일 매장에서 직접 구운 제품이라는걸 고려하면 더 그렇죠. 여기에 코로나19로 '홈 베이커리'가 유행하며 저렴한 생지가 인기를 끈 것도 뺑 드 프랑의 성장을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패에서 배운 연세우유 크림빵

결국 CU는 뺑 드 프랑을 빠르게 단종시키고 프리미어 베이커리 부문의 재정비에 나섭니다. 이와 함께 나온 제품이 바로 지난해 편의점업계 최고 히트작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입니다. 

국내 제조사와 협력해 합리적인 가격에 넉넉한 양을 담았고 해외 의존도도 낮췄죠. 크림빵인 만큼 갓 구운 빵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여기는 메뉴이기도 했죠.

CU의 연세우유 황치즈 생크림빵/사진제공=CU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신규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개별 브랜드로 유지했다는 겁니다. 프리미엄 빵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상품군을 확대하기보다는 브랜드 별 라인업을 확대하고 개별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전략이었죠.

개별 브랜드를 운영하면 다른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용이하고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기도 쉽죠. 크림빵을 '연세우유'로, 잼이 들어간 빵을 '고대빵'으로 나눠 콜라보를 진행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가장 늦게 출발한 뺑 드 프랑을 가장 먼저 접을 때, 프리미엄 베이커리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였던 CU는 빠른 리브랜딩을 통해 '편의점 빵'의 1인자로 올라섰습니다. 이정도면 소 잃고 고친 외양간이 제법 튼튼해진 셈이겠죠? 편의점에서 '프랑스 빵'을 먹을 수 없게 된 건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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