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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에는 무늬만 '하이볼'이 있다?

  • 2023.03.15(수) 06:50

CU 연태토닉 하이볼, 연태고량주 안 들어있어
편의점 하이볼 대부분 위스키 대신 주정 사용
소비자 오해 부를 수 있는 제품명 지양해야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RTD 하이볼/사진제공=CU

최근 편의점업계는 '버터 맥주(뵈르 맥주)'로 시끌시끌 했습니다. 버터가 들어있지 않은데도 '버터'를 의미하는 이름을 썼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사에 1개월 제조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혼동 유발 제품'은 뵈르 맥주뿐만이 아닙니다. CU가 판매 중인 '어프어프 하이볼'과 '연태토닉 하이볼', 세븐일레븐의 '숙성도 하이볼' 등도 비슷한데요. 하이볼은 일반적으로 위스키에 토닉워터나 탄산수 등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죠. 

그런데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RTD(Ready to Drink) 하이볼들은 대부분 위스키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CU의 연태토닉 하이볼 역시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연태고량주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CU는 출시 당시 "고량향에 토닉워터와 파인애플향을 더한 RTD 주류"라고 연태토닉 하이볼을 소개했는데 실제로는 고량주는 물론 '고량향'조차 들어가지 않습니다. 고량주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상품인 거죠. 주요 성분들을 볼까요. 정제수와 백설탕, 주정, 이산화탄소에 이어 혼합제제, 향료 등이 들어 있습니다. 과일향으로 고량주의 파인애플 같은 톡 쏘는 향을 흉내낸 거죠.

어프어프 하이볼과 숙성도 하이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제수에 백설탕과 주정을 넣고 '오크칩'과 스모크향으로 위스키 비슷한 맛을 구현했습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가짜 위스키의 대표 격인 캡틴큐와 비교하며 "캡틴큐에 탄산수 탄 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어프어프 하이볼과 연태토닉 하이볼, 숙성도 하이볼은 모두 '버터맥주'로 문제가 됐던 부루구루가 제조한 제품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CU의 어프어프 하이볼 2종과 연태토닉. 모두 주정을 베이스로 한 주류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진짜 위스키나 고량주를 넣으면 해결될 일 같지만 그것도 쉽진 않습니다. 우선 단가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캔 주류를 판매할 때 법칙처럼 여겨지는 4캔 1만1000원, 캔 당 3000원 미만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실제 CU의 어프어프 하이볼과 연태토닉도 3캔 1만1100원으로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다만 제품명에 '버터(뵈르)'를 넣어 문제가 된 버터맥주와 달리 하이볼과 연태토닉이 법적인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하이볼'과 '연태' 모두 직접적으로 성분을 언급한 건 아니기 때문이죠.

하이볼의 경우 꼭 위스키를 써야 하이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맥아 함량이 10%를 넘어야만 '맥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 맥주와 달리 하이볼은 기준이 없죠. 

하이볼이라는 이름 역시 넓게 보면 고도수의 증류주에 탄산이 있는 음료를 섞으면 다 '하이볼'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주정에 탄산수를 섞어도 '하이볼'이라고 부르는 데는 문제가 없는 셈입니다. 

연태토닉의 경우 판매처인 CU는 "연태토닉의 '연태'는 중국의 지명을 뜻하는 것"이라며 "고량주에만 쓸 수 있는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연태'라는 이름에서 소비자들이 흔히 연태고량주를 연상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중국의 지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연태'라는 이름에서 연태고량주 외의 다른 것을 연상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겁니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혼동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어렵겠죠. 

향으로 비슷한 맛을 내는 제품을 저렴하게 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진짜 고량주나 위스키를 넣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진짜 위스키를 넣은 CU의 '리얼 위스키 하이볼'(왼쪽), GS25의 '로얄 오크 프리미엄 하이볼'과 '코슈 하이볼'(오른쪽)/사진제공=CU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유사 하이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GS25의 '로얄 오크 프리미엄 하이볼'과 '코슈 하이볼', CU의 '리얼 위스키 하이볼'은 진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가 들어 있는 하이볼입니다.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 짐빔도 '짐빔 하이볼'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합니다. 

다만 가격은 캔 당 4000원대로, 주정을 사용한 하이볼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주정과 향을 이용해 가성비를 높인 제품을 선택할 지, 가격은 높더라도 진짜 위스키의 풍미를 즐길 지 고민해 보는 것도 '홈술'의 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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