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기르는 이들은 진심으로 반려견을 '환영'하는 공간과 상업적으로 반려견을 '허용'하는 공간의 차이를 금세 느낄 수 있다. 육아와 비슷하다. 보기엔 예쁘지만 걷기 미끄러운 타일 바닥이나 난간 없는 복층 계단, 뾰족한 테이블 모서리 등은 강아지가 놀기 좋지 않다.
지난 26일 찾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반려견 테마파크 '강아지숲'은 진심으로 반려견을 환영하는 곳이었다.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은 기본이고 곳곳에서 반려견을 먼저 배려한 '강아지 퍼스트'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와 함께 강아지숲을 찾은 반려견 여름이, 밤톨이도 금세 '강아지숲'의 '진심'을 알아차렸다.
입구에 강아지 화장실 배치한 이유
강아지숲은 첫인상부터 호감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날 수 있는 '강아지 화장실' 덕분이었다. 차량 이동 시간 동안 배변을 참았던 강아지를 위한 배려였다. 널찍한 인조잔디에 물을 뿌릴 수 있는 호스와 배변봉투까지 준비돼 있었다.
강아지숲 곳곳에서 반려견들을 반겨주는 직원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동시에 잠시만 눈을 돌려도 사라지는 반려견의 동선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도왔다.
반려견 입장이 불가능한 박물관 내 시설을 이용할 때 반려견을 맡길 수 있는 '강아지 대기실'도 섬세함이 돋보였다. 건강상태 등을 기재하고 직원이 육안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대기실에 들어가게 된다. 대기실 내부에는 늘 직원들이 상주하며 반려견의 상태를 체크한다.
뛰어도 뛰어도 끝없는 잔디밭
반려견을 '모시고' 외출에 나선 펫팸족의 요구 중 하나는 목줄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다. 4만여평 규모의 강아지숲에는 목줄이 필요없는 '오프리시 운동장'이 총 3개 있다. 테마파크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강아지숲 동산'과 산책로 정상에 있는 '큰 운동장', '작은 운동장'이다.
대형견과 중소형견이 섞이지 않도록 세 운동장은 일자를 나눠 운영된다. 소형견이 동산을 이용하는 날에는 운동장은 대형견 전용으로 운영되는 식이다. 기자가 방문한 26일은 소형견이 '강아지숲 동산'을 사용하는 날이었다. 동산은 끝에서 끝까지 길이만 족히 100m 이상 됐다. 웬만큼 잘 뛰는 강아지들도 넓다고 느낄 크기였다.
동산 곳곳에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땅콩버터향이 나는 비눗방울과 밟으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등 놀거리가 자리잡았다. 직원에게 문의해 간단한 천막과 돗자리 등을 빌려 캠핑 분위기도 낼 수도 있다. 본관 식당을 통해 닭강정, 떡볶이 등 테이크아웃 메뉴를 가져와 먹을 수도 있다.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누워 간식을 즐기며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방문 목적은 이미 120% 달성됐다는 느낌이었다.
'운동부족' 도시견과 40분 산책
혼자서 뛰어 노는 강아지들도 사랑스럽지만, 함께 발맞춰 걷는 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힐링 타임'이다. 강아지숲이 가장 공들여 조성한 공간도 바로 '산책로'다. 길이가 약 600m로 걷기에 짧지 않고 모든 코스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산책로에는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카페 '가을'과 '겨울'이 있고 산책로 중간중간에도 잠시 앉아 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산책코스는 반려견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노견이나 오래 걷기 어려운 반려견을 위한 '아장코스(250m)', 적당한 경사로 20~30분간 걸어갈 수 있는 '총총코스(480m)',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을 끼고 걷는 '성큼코스(620m)' 등 다양한 길이 있다.
산책로 코스에는 강아지가 노즈워크를 하도록 한 후 스탬프를 찍는 '노즈워크 챌린지'가 있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냄새와 싫어하는 냄새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고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스탬프를 모으면 카페 메뉴를 10% 할인해 준다.
큰 운동장과 카페 겨울이 있는 산책로 끝까지 가는 데는 30~40분이 걸린다. 다양한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산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가 섞여 있어 반려견들의 운동에도 큰 도움이 됐다.
반려견 없어도…가족이 될 준비
박물관은 강아지를 주제로 한 전시와 미디어 아트 등을 상영하는 공간이다. 반려견과 인간이 함께 하게 된 역사에서부터 양육 정보, 우리 사회의 반려견 이슈 등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전시했다.
의외로 이날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도 박물관이었다. 미디어아트의 수준이 우수했고 직접 만지며 동작하도록 설계돼 있어 학습 참여도도 높았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물론 반려견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반려견 입양을 권유하고 좋은 점만 알리는 것도 아니었다. 한 생명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부분도 반려견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강아지숲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테마파크'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경관 조성이나 즐길거리가 더 갖춰져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모차' 이용이 제한돼 있는 것도 아쉽다. 국내 노령견 양육가구 비중이 20%에 달하는 만큼 '노견용 공간'도 필요해 보였다. 이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진심으로 조성된 공원인 만큼 개선되고 발전될 여지는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