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불패' 마케팅으로 통한다. 연예인 마케팅보다 비용은 덜 들면서도 효과는 보장돼 있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SNS나 커뮤니티에 신제품 출시 소식을 알리기도 한다.
게임 콜라보 제품은 특성상 기간 한정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젊은 층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특히 10~30대 남성을 주력 소비층으로 삼는 편의점, 패스트푸드 시장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햄버거 브랜드들은 유독 게임과의 콜라보 사례가 잦았다. 이마트24는 2022년 검은사막과 손잡고 '검은사막 버거'를 내놓은 바 있고 넥슨의 블루아카이브와 손잡은 프랭크버거는 이벤트 초반 일 매출이 40% 가까이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이쯤되면 올해 게임 시장 최고의 기대작인 디아블로 4의 출시에 맞춰 기업들이 '디아블로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대악마'와 손잡은 브랜드는 바로 버거킹이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버거킹의 '디아블로4 와퍼 2종'을 맛보고 평가해 보기로 했다.
햄버거 1개에 1만원…가격은 지옥불 맞네
버거킹은 이번 시즌에 '헬로 릴리트 와퍼'와 '헬로 이나리우스 와퍼' 2종을 내놨다. 반갑다는 의미(Hello)와 지옥으로 오라(Hell로)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네이밍이다. 불길 가득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지옥과 불맛을 강조하는 버거킹의 패티를 동시에 연상케 하려는 의도다.
릴리트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3대 악마 중 하나인 메피스토의 딸이다. 이번 4편에서는 최종 보스로 등장한다. 릴리트 와퍼는 악마의 이름을 따 온 만큼 매운맛과 불맛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직화 순쇠고기 패티에 해시브라운 패티, 베이컨과 토마토, 양상추, 양파를 함께 담아냈다.
이나리우스는 릴리트와 부부 관계인 천상의 대천사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간접적으로만 등장했지만 4편에서 처음으로 메인 무대에 올랐다. 이나리우스 와퍼는 부부 사이답게 릴리트 와퍼와 거의 비슷한 구성이지만 소스가 달콤한 베이컨잼 소스와 마요네즈 소스로 바뀐 게 특징이다.
가격은 기존 버거킹 와퍼들보다 높다. 두 제품 모두 단품 9500원, 세트 1만1000원으로 기존 고가 제품이었던 기네스 와퍼나 몬스터 와퍼, 콰트로치즈와퍼보다 비싼 현존 최고가 버거다.
디아블로4 와퍼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버거보다도 더 관심을 가졌을 게임 아이템이 포함된 1차 포토카드 증정 행사가 일찌감치 종료된 만큼 가격 부담은 더 크다. 이 포토카드에는 캐릭터의 외모와 아이템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형상기억코드가 포함돼 있었다. 당초 버거킹은 6월 5일부터 18일까지 1차 포토카드 증정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행사 시작 사흘차인 7일부터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미지근한 지옥불 맛
많은 디아블로 마니아들이 버거킹의 디아블로 와퍼 출시 소식을 들으면서 혀를 데일 것 같은 매운 맛을 기대했을 것이다. 실제 SNS나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달콤한 맛의 이나리우스 와퍼보다는 릴리트 와퍼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았다.
그런 면에서 이날 맛본 릴리트 와퍼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기본 와퍼에 해시브라운 패티와 베이컨을 추가한 구성은 훌륭했고 매콤한 소스 역시 맛있었지만 기왕 '악마 버거' 콘셉트를 잡았다면 조금 더 과한 맛이어도 좋았을 것 같다. 화끈했던 PR에 비해 맛은 미지근했다고 할까.
함께 맛본 이나리우스 와퍼는 역시나 '순한 맛'이었다. 달콤짭짤한 불고기 소스와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의 조합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고기 버거'의 맛이다. 해시브라운 패티는 씹는 맛을 더해주고 베이컨도 풍성해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95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릴리트 와퍼에 비해서도 개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맛있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기엔 디아블로라는 이름이, 9500원이라는 가격이 자꾸 걸린다.
*본 리뷰는 기자가 직접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