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팔도는 라면 시장에서 특이한 포지션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라면 부문에서만 3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에 이어 업계 4위 자리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팔도' 하면 떠오르는 라면은 많지 않다. 비빔면 1위 브랜드인 팔도비빔면과 왕뚜껑 정도다. 도시락 컵라면이 러시아에서 '대박'을 치며 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국내 매출은 미미하다. 팔도비빔면이 1984년, 왕뚜껑이 1990년 출시됐으니 히트 제품을 내놓은 지 40년 가까이 된 셈이다.
그런 팔도가 이번에 스테디셀러 왕뚜껑의 프리미엄 버전인 '갓뚜껑'을 선보였다. 왕뚜껑은 농심 육개장에 이어 컵라면 매출 2위 자리를 수십년 째 지켜오고 있는 브랜드다. 그간 왕뚜껑도 여러가지 버전이 나왔지만 이번처럼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제품은 2010년 선보인 '왕뚜껑 스페셜 에디션' 이후 처음이다.
갓뚜껑은 기존 왕뚜껑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스프 등을 보강한 라면이다. 그래서 이름도 '왕'에서 '갓'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김치찌개맛과 대파육개장맛 2종이 40만개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개당 2000원 안팎으로 900원 수준인 기존 왕뚜껑의 2배가 넘는다.
원래 라면 업계에서 '갓' 시리즈는 갓짜장과 갓짬뽕 등 삼양식품이 내놓던 프리미엄 라면에 붙던 이름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1020이 최상급 수식어로 사용하는 갓(GOD)에 '갓 볶아냈다'는 의미를 담아 갓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팔도는 여기에 한 번 더 변주를 줬다. 스포츠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의 의미를 부여해 '갓뚜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갓뚜껑은 그만한 이름값을 하는 라면일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만나보기로 했다.
외면보단 내면
패키지에는 주황색과 갈색 래핑 위에 제품명과 명품 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패턴이 새겨져 있다. 전반적으로 '프리미엄'보다는 '키치'를 표방하는 콘셉트다. 특히 왕뚜껑의 래핑 포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아쉽다. 기존 왕뚜껑보다 비싼 만큼 다소 저렴해 보이는 래핑 대신 예전처럼 종이를 사용하는 방식을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진짜 '갓뚜껑'을 만나볼 수 있는 건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후부터다.
김치찌개맛 갓뚜껑은 기존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 외 볶음김치 50g이 들어 있는 '김치스프'가 별첨돼 있다. GS25의 최고 PB 히트작 중 하나인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 사용한 방식이다. 사실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의 제조사도 팔도다. 노하우가 있는 만큼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의미다.
대파육개장맛 갓뚜껑에도 별첨 스프가 있다. 대파향을 강화하기 위한 분말 스프다. 건더기 스프 역시 대파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상대적으로 건더기가 부실한 다른 컵라면들은 물론, 웬만한 봉지라면보다 많은 양이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0원 몸값 컵라면 맛은
김치찌개맛 갓뚜껑은 예상대로 오모리김치찌개라면과 상당히 흡사한 맛이었다. 기존 김치왕뚜껑에 볶음김치를 넣어도 비슷한 맛이 날 것 같다. 볶음김치의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왕뚜껑의 구수한 국물과 어울린다. 밥을 말아도 찰떡궁합이다. 김치왕뚜껑이나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좋아하는 라면 마니아라면 환영할 만한 맛이다.
대파육개장맛 갓뚜껑은 시도에 비해 결과물이 다소 아쉽다. 진하고 얼큰한 육개장의 맛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육개장 컵라면'에 가까운 맛이다. 대파 별첨스프가 따로 들어 있고 건더기스프에도 건조 대파가 듬뿍 들어 있지만 대파 맛이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하게 잘 만든 컵라면이지만, 이 경우 가격대가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맛 갓뚜껑'을 추천하고 싶다. 원래부터 건더기가 푸짐하기로 유명했던 김치 왕뚜껑을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느낌이 든다. 경쟁상대인 오모리김치찌개라면과 국물 맛은 비슷하지만 왕뚜껑 특유의 얇은 면이 만족도를 높여 준다.
왕뚜껑의 특징인 폴리스틸렌 수지 용기를 그대로 이용한 건 아쉬운 점이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컵라면 시장의 조리 트렌드가 전자레인지 조리인 만큼 이를 고려해 용기 재질을 바꿨다면 '왕뚜껑 마니아'들의 마음이 조금 더 움직이지 않았을까.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hy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