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유통업계의 연말 굿즈 프로모션 경쟁이 시작됐다. 과거에 비해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줄어든 데다, 고물가 영향이 겹치면서 신규 고객 유치보다는 기존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느덧 20년째
스타벅스는 2003년부터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 사은품으로 다이어리를 증정하고 있다. 올해도 e-스티커 적립을 완성한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들은 두 달간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제조 음료를 구매해야 사은품을 얻을 수 있다. 플래너 3종과 라미 협업 볼펜 에디션 2종, 캘린더 등 총 6종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계산해보면,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음료 중 가장 낮은 음료의 가격은 6100원. 이 음료 3잔과 일반 음료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아메리카노(4500원)을 14잔 마시면 총 8만1300원이 든다.
일부에서는 증정품 원가에 비해 과도한 금액이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충성고객들은 음료와 스타벅스 매장 공간을 즐기면서 한정판 굿즈를 얻을 수 있는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스타벅스는 겨울 프리퀀시 사은품들을 별도의 MD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온라인에서 스타벅스 정품 굿즈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공식 납품처가 아니다. 스타벅스 측은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는 마케팅이나 수익성 목적이 아닌 한 해 동안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사은 행사"라고 밝혔다.
이디야커피는 다이어리 세트 증정 이벤트를 운영하는 동시에 판매에 나섰다. 다이어리 안에는 아메리카노 50% 할인 코드 2개와 1000원 할인 코드 2개가 들어있다. 이디야는 이번 이벤트를 추첨제로 운영 중이다. 경품 추첨을 위해선 아메리카노를 구매하고, 이디야멤버스를 적립한 후 홈페이지 응모해야 한다.
또 이디야멤버스 앱에서는 이디야카드 5만원 이상 충전하면 선착순으로 다이어리 세트를 증정하고 있다. SNS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 인증샷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쿠로미 쿠션 또는 다이어리 세트를 제공한다. 투썸플레이스는 시즌 한정 음료 포함 15개 스탬프 적립 시 붕어빵 메이커를 선착순 증정한다.
bhc치킨은 지난 1일부터 치킨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무료로 플래너를 증정하고 있다. bhc치킨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연말 판촉물을 선보여 왔다. 매장별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 이벤트를 종료한다.
매출 증대와 수익성 사이
연말 한정판 사은품은 해마다 돌아오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다이어리나 굿즈 마케팅은 모객 효과가 좋아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로열티를 가진 고객을 위해 소장가치 있는 제품들을 제작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연례적인 행사의 사은품은 곧 브랜드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디자인 콘셉트, 품목 등에 대해 고심해 제작한다. 이렇게 공들인 사은품은 그해 이벤트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다.
사은품이 입소문 나면, 해당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 다량의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연말 이벤트 굿즈는 바이럴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됐다. 이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더욱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는 추세다.
특히 연말 다이어리 마케팅은 소비자 관심도가 높다.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영향이다. 해당 기간에 집중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한정판 제품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다. 소비자가 일정량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선착순 안에 들어야 하는 만큼 성취감 등의 의미도 부여된다.
인기 시들해진 이벤트
다만 과거에 비해 연말 굿즈 경쟁은 축소되고 있다. 사은품 제작에도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증정행사를 축소하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사은품 제작 비용도 증가해 과거에 비해 연말 사은품 경쟁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할리스, 커피빈 등의 브랜드들은 올해 다이어리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점차 카페 음료 가격이 오르면서 사은품을 받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총액도 늘었다. 고물가 상황에서 갈수록 세분화되고 다각화되는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다이어리 증정 프로모션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소비자들도 의례적인 이벤트로 여기고 있다"라며 "굿즈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는 과거보다 감소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