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체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꺼리는 젊은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미래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은 가족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워라밸 좋은 회사"
유통기업들은 출산·양육과 관련한 복리후생 제도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유연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콜마홀딩스다. 유통업계 최고 수준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콜마홀딩스는 올 하반기부터 첫째와 둘째 출산시 1000만원을, 셋째는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당초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1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외에 남녀 구분 없이 유급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가 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오뚜기는 출산부터 육아까지 아낌없는 지원에 나섰다. 출산축하금 100만원 지급을 비롯해 수유시설과 직장 어린이집 운영, 육아기 최대 5시간 이내 단축 근무 등이 주요 골자다. 이는 여성 임직원의 비율이 높은 점에 착안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오뚜기 전체 임직원(3378명)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5.7%(2219명)로 나타났다.
유통 '빅3'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도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10만원이던 출산축하금을 100만원으로 올렸고, 난임 휴직 및 시술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탄력·단축 근무제와 육아휴직 이후 복직한 직원을 대상으로 원하는 부서에 우선적 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사내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확대해 출산축하금(첫째 300만원·둘째 500만원·셋째 1000만원) 지원과 임신 배우자의 유급휴가 제도를 신설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내년부터 '육아 동행 지원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소속 직원이 자녀 한 명을 출산할 때마다 1000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며 쌍둥이를 낳은 가정에는 2000만원을 준다.
기업 생존이 달렸다
유통업계의 이런 행보는 저출생 극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유통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특성이 있다. 대량 구매를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평균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줄면 유통업의 성장도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 소비 인구가 일정 부분 유지돼야만 한다는 의미다.

다만 우리나라는 '출산 절벽'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는 중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출생아 수는 총 17만86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늘었지만, 누적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4명으로 여전히 1명을 밑돌았다.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위치에 있는 유통업체들이 관련 복리후생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는 이 같은 가족 친화 정책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선 기존의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 육아휴직을 당연시하지 않는 문화, 복직자의 업무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구축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준비부터 임신, 출산, 육아, 복직 등 단계별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 의지를 다 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관련 제도들을 특혜로 받아들이는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