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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저출산 그림자에도 영업익 '쑥' 늘어난 비결은

  • 2024.05.17(금) 16:31

[워치전망대]매일·남양·빙그레, 영업익 증가세
고수익 제품 강화…마케팅비 축소 등 긍정적
지난해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 효과 주목

/ 그래픽=비즈워치

저출산과 고령화 우려 속에서 유업체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위주로 운영을 확대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줄인 효과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제품 가격 인상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이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영업익 개선세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5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4443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지만 수익성이 개선됐다. 매일유업 측은 "마케팅 비용을 축소 집행해 비용을 효율화했다"며 "주스류와 카카오 가격 상승 등 음료원가가 오르며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일부 원부재료 및 가공비 단가 하락이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적자를 이어온 남양유업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7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57억원)보다 83억원(53%) 줄었다. 매출은 2342억원으로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남양유업 측은 "저출산 및 유업계 경쟁 심화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줄었다"며 "비용 절감 및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영업손실을 약 53%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빙그레·남양유업 1분기 실적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빙그레는 올 1분기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65.2% 늘었다. 매출은 3009억원으로 2.5% 증가했다. 빙그레 측은 "주요 제품의 매출 증가 및 해외 매출 성장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다"며 "해외 매출 성장과 수익성이 좋은 제품 구성 확대 등이 영업이익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유업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판매관리비를 축소하고, 수익성 좋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판매해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판관비 감축은 1+1, 2+1 등의 덤 증정 행사나 광고 마케팅 등을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 인상 효과?

비용 축소 외에도 유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이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은 4∼6%, 가공유 제품은 5∼6%, 발효유·치즈 제품은 6∼9%로 각각 가격을 올렸다. 남양유업도 흰 우유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빙그레는 주요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가격을 2022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렸고, 이어 지난해엔 1800원으로 100원 인상했다. 빙그레는 또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가격을 지난해 11월 9000원에서 9800원으로 9.8% 올린 바 있다. 

매일유업·빙그레 남양유업 연간 실적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지난해 유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2022년만 해도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작년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매일유업의 작년 매출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 증가했다. 남양유업도 매출이 3% 느는 데 그쳤지만 영업손실은 1년 새 144억원이나 줄었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배(185%) 이상 늘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효과는?

한편 지난해부터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도'가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의 용도에 따라 원유 사용가격을 차등해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체 원유량에서 음용유(흰우유, 발효유 등을 만드는 원유)'와 '가공유(치즈, 버터, 분유 등을 만드는 원유)'로 나눠 가격을 차등적으로 정한다.

그동안 유업체들은 원유 생산 비용이 오르면 유업체가 구매하는 원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따라왔다. 매년 축산농가와 계약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원유 쿼터제'가 적용되면서 부담이 컸다. 유업체들의 운영 부담과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자 정부는 낙농 지원사업 제도로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빙그레 등 일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올해부터 참여하기로 해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수출을 늘린 효과라는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조정하긴 했지만 포장 가격이나 기타 제반비용이 상승해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수익성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음용유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적용되는 가공유에 해당하는 품목이 적기 때문에 큰 효용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딸기, 초코 등의 맛이 첨가된 우유는 현재 가공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우유 진열대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용도별 가격차등제 개선으로 유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자제할 가능성도 관심이다. 정부는 유업체들을 포함한 식품사들에 물가안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요 식품사 대상으로 한 가공식품 물가안정 협조 요청 간담회에서 '유업체의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새로 참여하는 유업체에도 가공용 원유를 낮은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음용유와 가공유로만 나뉘는 것을 '가공용 원유'의 용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에 따른 유업계의 원유 구매 부담 절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유업체들의 가공유 용도 세분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치즈용·아이스크림용·분유용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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