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거물
지난 6일. K뷰티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에이피알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증권가에선 호실적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0.8% 늘어난 3277억원, 영업이익은 202% 증가한 846억원에 달했습니다. 와-소리가 나올 정도죠.
1분기 성적을 합친 상반기 전체 실적도 어마어마합니다. 매출은 95% 증가한 5938억원을 기록했고요. 영업이익은 149.4% 늘어난 1391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은 23.4%입니다. 흠잡을 데 없는 성적입니다.
호실적을 내며 여러 이야깃거리도 쏟아져나왔습니다. 실적 공개와 함께 주가가 10%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8조원을 돌파, K뷰티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을 뛰어넘었습니다. 더불어 지분 31.9%를 보유한 김병훈 대표의 지분가치도 2조6000억원대로 치솟아 웬만한 재벌가 오너 못지않은 주식부자가 됐죠.
연말까지의 실적도 기대됩니다. 매 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매출 1조원 돌파는 무난해 보입니다. 이날 실적발표 후 Q&A를 진행한 신재하 부대표는 매출 1조30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에이피알 성장의 가장 큰 핵심축은 '미국'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502억원에 그치며 국내, 중화권에 이은 제 3시장이었던 미국은 올해부터는 다른 시장을 모두 넘어선 제 1시장이 됐습니다. 상반기 매출 중 1669억원이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매출 비중은 매 분기 늘고 있고요.
앞으로 에이피알의 미국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간 온라인 중심으로 매출을 올려왔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 못지않은 매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14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울타뷰티'에 '부스터 프로'와 '메디큐브' 등 주요 브랜드가 진출한 효과입니다. 에이피알은 이달부터 울타뷰티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마켓인 일본에서의 성장세도 눈부십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00억원에 못미쳤지만 올해 상반기엔 7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중요 포인트입니다. 이 두 시장에서의 성과가 나머지 시장에서의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셀링 포인트 중 하나가 '미국·일본에서 인기있는 제품'이거든요.
디바이스 성장 끝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점점 화장품 부문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에이피알은 원래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과 화장품 부문이 매출을 반반씩 책임지던 기업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부문의 매출이 거의 비슷했죠. 두 부문이 성장을 쌍끌이하고 있다는 게 에이피알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화장품 부문의 매출이 뷰티 디바이스를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뷰티 디바이스 부문이 올해 상반기 1810억원의 매출을 올릴 동안 화장품 부문에선 3921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이제 '투 트랙'이라고 하기엔 두 카테고리의 매출 격차가 유의미하게 벌어졌습니다.
이는 최근 에이피알의 성장을 사실상 화장품 브랜드인 메디큐브가 홀로 이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대표 제품인 제로모공패드가 북미·일본 등 대형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고 신제품인 PDRN 라인업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에이프릴스킨' 등 세컨드 브랜드, '널디' 등 제 3사업군은 부진합니다. 말 그대로 '메디큐브만 믿고 가는' 중입니다.
뷰티 디바이스 매출도 정체입니다. 지난해 4분기 103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올해 1분기 909억원, 2분기 900억원으로 2분기 연속 감소세입니다. 에이피알은 지난 5월 에이지알의 누적 판매량이 4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지난해 12월 300만대를 돌파한 지 5개월 만입니다.
판매 속도는 빨라지는데 매출은 줄어든다는 건, 저가형 제품이 더 잘 팔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지난해 11월 기존 부스터프로보다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부스터프로 미니'를 내놨습니다.
사실 뷰티 디바이스의 경우 태생적으로 뷰티 시장이 발달한 곳에서만, 거기에서도 '얼리 어답터'에 속하는 소비자에게만 팔리는 제품군입니다. 타깃 자체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에이피알의 고성장엔 한·중·일·미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의 성과도 비중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타' 지역의 매출은 29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1400억원에 달합니다. 대부분 에이지알보다는 메디큐브가 실적 개선을 주도한 지역이죠.
결국 에이피알의 다음 숙제는 '넥스트 빅 띵' 찾기입니다. 새로 공을 들이고 있는 PDRN이 올라와도 좋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에이프릴스킨이 부활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면 현재 준비 중인 의료기기 디바이스가 부스터프로의 뒤를 이을 수도 있겠죠. 그래야 K뷰티 대장주를 넘어,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