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이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커피 다음은 말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차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오설록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덕분이다. 오설록은 그룹의 유일한 비(非)화장품 분야인 만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미운 오리서 백조로
오설록은 과거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브랜드다. 서 회장은 지난 1979년 한국에 사라진 전통 차 문화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 대규모 녹차밭을 조성하며 차 재배에 필요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오설록은 2014년 이후 수년간 적자 상태였다. 차 시장이 커피 전문점 시장의 성장에 밀려 고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는 저렴한 티백으로 마시면 충분하다'는 소비자 인식 탓에 오설록의 프리미엄 전략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선대회장의 뜻을 받아 이어온 브랜드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이에 서경배 회장은 지난 2019년 오설록을 아모레퍼시픽 사업부에서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오설록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아모레퍼시픽이 아픈 손가락인 오설록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홀로서기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때 거론됐던 매각설은 그저 하나의 '설'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오설록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오설록의 매출은 937억원으로,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96.4% 증가한 수치다.
수익성도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2020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고 2022년에는 87억원까지 확대됐다. 2023년에는 신규점 오픈과 마케팅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다소 꺾였지만, 지난해에는 92억원을 거두며 저력을 입증했다. 최근 5년 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르다.성장 드라이브
업계에서는 올해 오설록이 또 한번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 초부터 시작된 말차 열풍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시 플레저', '저속 노화' 등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말차 인증샷' 문화가 확산하면서 말차 시장은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오설록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말차 경험을 확장하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에 문을 연 '말차 스테이션'과 8월 제주 티뮤지엄에 오픈한 '말차 누들바'가 대표적이다. 말차 스테이션은 매월 판매량이 20~30% 성장하고 있으며 누들바는 방문객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관광 명소형 매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오설록은 티하우스 6곳 중 MMCA(현대미술관)점도 말차 특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내부에서도 오설록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설록이 화장품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 구조 속에서 단일 브랜드를 넘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는 핵심 자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에서는 오설록이 브랜드 헤리티지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 성공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설록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글로벌 브랜드로의 자리매김이다. 이를 위해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말차 제품 라인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오설록만의 말차 프리미엄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단순히 마시는 말차의 개념을 넘어 먹고 음미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차에 대한 전문성과 제주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K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말차 중심의 티 카테고리 확장은 물론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 차의 가치를 새롭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