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와 K푸드를 둘러싼 해외 모방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확산되면서 'K(한국)'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K 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한 산업 전반의 선제적인 대응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도둑 맞은 K
지난해 K푸드와 K뷰티의 수출은 모두 성장을 거듭했다.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신선, 가공 농식품의 작년 수출액은 104억달러(약 14조8700억원)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은 102억달러(약 14조6100억원)에서 114억달러(약 16조3300억원)로 11.7% 늘었다. 두 품목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는 K소비재가 주력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년 전인 2015년만 해도 농식품과 화장품은 각각 12위, 37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화장품(9위)과 농식품(10위)이 나란히 10대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K컬처가 '관심→경험→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되면서 이들의 위상 역시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K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가 확대될수록 이를 노린 이른바 '짝퉁'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난해에만 11만7000점이 넘는 K브랜드 위조품을 적발해냈다. 이 중 화장품이 4만1903점(35.8%)으로 가장 많았고, 식품은 3525점(3.0%)을 차지했다. 이런 위조품들은 대부분 국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단순 모방을 넘어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위조품은 로고 사용은 물론 패키지와 용기도 정품과 유사해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정가품 구별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구다이글로벌이 전개하는 조선미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용기뿐 아니라 포장 박스까지 비슷하게 흉내 낸 제품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입에서 불을 뿜는 닭이 그려진 포장지는 물론 제품 바코드까지 통째로 복제된 불닭볶음면이 판매됐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파라과이에서 주력인 '비비고' 상표권 출원을 추진하려다 현지 유통업체가 이를 무단 도용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기도 했다.불편한 진실
업계에서는 짝퉁과의 전쟁이 곧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 가장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표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상표권 무효 심판이나 권리 회복 절차는 착수부터 최종 판결까지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위조품 유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단속팀이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가품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소비자에게 공식 판매처를 안내하거나 정품 인증 마크가 부착된 상품을 구매하라고 알리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지식재산권 전문가를 통해 'K브랜드 분쟁대응 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5년간 지원한 건수는 396건에 불과하다. 올해 지식재산 분쟁 예방·대응 강화를 위한 예산을 전년(323억원)보다 145억원 늘렸음에도 총 사업비의 30~50%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업계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보호 조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진출 이전 단계부터 상표·디자인 권리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동남아 등 위조 리스크가 높은 지역일수록 조기 출원 전략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화해 'K브랜드 전용 보호 프로그램'이나 '패스트 트랙 삭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조품 신고 이후 삭제까지 수주 이상이 걸리는 현재 구조로는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업종별 협회나 컨소시엄 형태로 위조 사례를 공유, 공동 대응에 나서는 방식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K브랜드는 개별 기업의 자산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졌다"며 "해외 주요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위조 문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브랜드의 가치 자체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