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권에서 '바다의 잡초'로 천대받던 김이 글로벌 푸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수출액이 예고됐다. 대부분 밥반찬으로 소비되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스낵으로 인기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라면을 넘어 'K푸드' 대표 자리도 넘볼 만하다.
니들도 김 맛을 알아?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식품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K푸드의 대표 주자는 누가 뭐라 해도 '라면'이다. 김치와 떡볶이 등을 내세운 국가 주도의 K푸드 알리기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뒤 의기소침해 있던 식품 시장을 살린 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었다. 불닭볶음면 챌린지는 코로나19와 숏폼의 인기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만드는 나라가 됐다.
이제 K푸드는 일식, 중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불고기, 갈비찜, 닭갈비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메뉴들은 물론 식감, 매운 맛, 냄새 등을 이유로 외국 사람들이 기피해 왔던 떡볶이와 쫄면 등도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TV프로그램의 대본이나 광고가 아닌데도 "K푸드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김도 그 중 하나다. 서양권에서 김은 일반적으로 'Seaweed'로 불린다. 바다잡초다. 먹는 게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혹은 일본식 명칭인 'Nori'다. 실제로 K푸드가 떠오르기 전 서양인들에게 김은 혐오식품에 가까웠다. 검은 색에 종이처럼 얇은 모습이 음식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세기 조선에 들어온 네덜란드인 하멜은 '하멜표류기'에서 김을 먹은 것을 두고 "(조선인들이) 검은 종이를 먹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김은 K푸드 중 가장 '핫'한 식품 중 하나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2억4000만 달러였다. 당연히 K푸드 중 최고액이다. 그 뒤를 이은 건 만두도, 김치도 아닌 김이다. 2021년 6억9292만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9억9703만달러로 10억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올해엔 3분기까지 8억8238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연말까지 10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김밥은 시작일 뿐
눈에 띄는 건 김 수출 분포다. 중국, 일본 등 우리와 식품 수출입이 잦은 인근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동남아, 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출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김 수출국 1위는 미국(2억1386만달러)이었다. 일본과 태국, 러시아, 중국이 뒤를 이었다. 올해엔 일본이 1위를 탈환했다. 중국 수출량도 급증하며 중국이 3위로 올라섰다. 특정 국가에 수출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 있다는 건 성장 여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국가별로 김을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김은 대부분 마른 김이나 조미김, 김자반 등 밥 반찬으로 활용된다. 2023년과 2024년 수출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경우 냉동 김밥이 새로운 채식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김 소비가 급증했다. 또 채식·다이어트·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중국과 태국은 '김스낵'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태국 김스낵 시장 1위 기업인 타오케노이는 원재료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한다. 태국이 한국의 주요 김수출 국가 중 하나인 이유다. 중국 역시 김스낵 시장 규모가 1조원 안팎에 달한다.
김을 수출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도 김스낵이 메인 제품인 곳이 많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김 스낵 1위 브랜드인 마마수카·김보리를 만들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의 주력 상품으로 김을 밀고 있다.
김 수출이 양과 질을 모두 잡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2021년 김 1톤을 수출하며 벌어들인 금액은 2만3453만달러였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1톤당 금액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단순히 김을 채취해 수출하는 게 아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수출 추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김 수출액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밥, 김스낵 등 김을 활용한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건강식 이미지를 얻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양권에서 대체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조류인 데다 채소, 쌀 등을 곁들이는 만큼 비건·헬시 플레저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자원부는 김의 명칭을 nori나 seaweed가 아닌 'GIM'으로 국제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존에 거부감을 느꼈던 음식들에도 호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며 "김은 K푸드라는 점 외에도 건강식, 친환경식 등의 트렌드에도 부합해 중장기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