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제조사 브랜드(NB)와 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PB 라인업을 세분화해 내부적인 경쟁까지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 기준이 다양해진 만큼 PB 역시 혁신을 거듭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PB하면 우리지"
이마트는 현재 총 4개의 자체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노브랜드'부터 '피코크', '5K 프라이스', 'T스탠다드'가 모두 이마트의 PB다. 이는 '오늘좋은', '요리하다' 등 2개의 PB를 중심으로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롯데마트보다 두 배 많다. 이마트의 PB는 단순히 브랜드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가격대와 용량, 상품 콘셉트, 판매 채널까지 구분한 점이 특징이다.
이마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PB는 단연 노브랜드다. 노브랜드는 지난 2015년 론칭 이후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라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 생활용품, 패션 등 1500여 개의 상품을 운영 중이다. 다인 가구를 겨냥한 대용량 상품 중심 구성으로 단위 당 가격을 낮춘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그 결과 노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론칭 첫해 대비 60배가량 성장했다.
5K 프라이스는 초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선, 가공식품 등 340개의 상품 대부분이 5000원 이하로 구성돼 있다.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소용량 구매 수요를 잡기 위한 이마트의 '비장의 카드'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5K 프라이스 매출은 론칭 시점인 작년 8월보다 44.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식품을 넘어 생활용품과 소형가전까지 5K 프라이스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의 경우 '피코크'가 맡고 있다. 피코크는 '상품 기획력'과 '미식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탄 맛집이나 노포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피코크의 히트 상품인 '초마짬뽕', 맛집 요리를 밀키트로 구현한 '고수의 맛집' 등이 대표적이다. T스탠다드는 트레이더스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운 생필품, 트렌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경쟁이 곧 혁신
이마트가 PB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수익성 개선과 고객 록인 효과가 자리한다. PB는 통상 유통업체가 상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구조다. 제조사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차별화된 상품 발굴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특히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와 통합해 상품을 대량 매입하는 만큼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PB 간 내부 경쟁'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마트는 PB를 병행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구축한 생태계 내에서 PB 상품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같은 유통망 내에서 전개하는 PB더라도 담당 조직을 분리·운영해 브랜드별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노브랜드와 피코크는 모두 '통안심 치킨텐더' 상품을 판매 중이다. 노브랜드는 6000원대 후반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반면 피코크는 무항생제 원료를 사용하는 등 품질 차별화를 내세운다. '한입 돈까스' 역시 피코크와 5K 프라이스에서 판매 중이다. 그러나 가격대와 품질 구성에 차이를 두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PB가 'NB 대체재'를 넘어 '전략적인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전체 PB 포트폴리오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 소비자 입장에선 PB 상품을 직접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PB 영향력은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 전반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PB는 단순히 마진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과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이마트처럼 PB를 촘촘하게 나눠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