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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④거래 내용을 공개해 고리를 만들다

  • 2014.01.20(월) 10:21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신뢰’를 위한 나카모토의 아이디어ⅲ

<글 싣는 순서>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①순수(Bit) 그리고 공유(P2P)와 나눔(Open)
②정부의 보증 대신 ‘다수의 선택’으로
③비트코인의 시작과 끝인 마이닝
④거래 명세를 공개해 고리를 만들다
⑤정직한 다수가 항상 이긴다


“착륙이 곧 발사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의 명대사 중 하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는 닥터 스톤(샌드라 블록 역). 그에게 매트(조지 클루니 역)가 환영(幻影)으로 찾아온다. 지구로 착륙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삶의 끈을 다시 부여잡도록 한 깨달음의 명대사다.

채굴(Mining)이라는 행위도 비트코인이라는 통화를 현실 세계에 공급하고 거래를 인증해 클리어링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노드(Node)들의 자발적인 인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준다. 이렇게 주어인 비트코인으로 전체 통화량을 통제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 이성춘 팀장은 ‘비트코인 시스템 분석’ 자료에서 “비트코인의 혁신은 거래의 암호화 영역보다는 그 거래를 P2P 네트워크를 통해 확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화폐 거래시스템은 정부나 은행 같은 중앙 관리 기구가 신뢰를 제공해 거래를 성사시킨다. 비트코인은 P2P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 상식을 깬 ‘거래 내용 공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암호기술연구실 조남수 박사는 “비트코인 창시자에 대해선 알 길이 없지만, 암호학자라기보다는 경제학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암호 기술 자체는 현재 존재하는 툴을 사용했다. 해시 함수와 전자서명 방식이다. 대신 “정부의 보증 또는 신뢰를 대신할 P2P 디지털 세계에서의 인증방식을 고안한 것이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설명한다.

비트코인이 이렇게 상식을 깨고 사용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푼 것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신용 없이 거래를 승인한다. 이는 또한 비트코인 통화를 세상에 공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안에서 채굴과 승인은 마치 생명체처럼 반복적으로 활동할 동력을 확보했다.


통화량 통제와 관련해선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소개됐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전 세계 유통 수량을 2040년까지 2100만 개로 한정했다. 4년마다 새로운 통화 공급량이 줄어 궁극적으로 통화량 증가가 중지되도록 설계했다.

이 경우 디플레이션 특성에 따라 기존 통화와 환산 시 유통 단위가 커져 유동성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점 이하 8자리까지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액면을 나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체 통화량 통제와 함께 통화 공급이 자의적이지 않게 이뤄지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한 개의 블록에서 캘 수 있는 비트코인은 대략 10분마다 이뤄진다. 현재 대략 2주마다 한 번씩 난이도를 조정한다. 만약 채굴에 나서는 노드가 밀려들어 예상보다 빠르게 채굴되면 난이도를 올려 전체적으로 비트코인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앙은행처럼 임의로 화폐의 수량을 조절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어한다. 예측 가능성이다. 현재 전 세계는 미국의 주도하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한다는 목표로 약 4조 달러 규모의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했다. 이론(異論)은 있겠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로 다른 국가에선 상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자의성을 없앤다는 의도다.



◇ 부정 사용 방지 아이디어

디지털 통화의 가장 큰 고민은 부정(不正) 사용 문제다. 컴퓨터로 거래하니 복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난제다. 당연히 비트코인이 세간이 알려지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한 문제 제기와 해결점이 있는가가 큰 관심거리다.

그 이전에 부정 사용 문제는 대체로 해커에 의한 탈취가 주요 현안이었다. 보통의 디지털 통화는 사용 승인을 디지털 통화 발행기관에서 한다. 그래서 발행 기관의 서버가 악의적인 해커로부터 털리면 문제가 된다. 비트코인도 각종 거래소가 만들어지면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찰을 쓸 때도 똑같이 벌어진다.

강도가 무인점포에 들어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현찰을 빼간다거나 현찰 운송 차량을 빼앗는 경우가 그렇다.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대단한 문제도 아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거래소들은 자기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보안을 더 강화할 것이다. 현재의 금융거래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로 있는 문제지 비트코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비트코인은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는 현금과 가장 근접한 형태를 갖췄다. 우리가 현금으로 거래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과 달리 거래 흔적이 남지 않는다. 범죄 수사를 할 때도 수표 추적을 하지 현찰 추적은 하지 못한다. 몇 차례만 이어지면 추적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검은돈은 현금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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