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금융지주회사는 대부분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의 반 타의 반 은행들은 대부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 지주회사는 총 11개사다. 소속 회사는 은행 53개사, 금융투자 36개사, 보험 6개사 등 총 288개사다. 어렵지 않게 이름을 들어본 금융회사는 대부분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01년 4월, 공작자금이 투입된 한빛•평화•경남•광주•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회사를 묶어 국내 최초의 순수 금융지주회사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산업적 이해보단 정부의 필요 때문에 시작됐다. 첫 금융지주회사가 만들어지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회사는 갈기갈기 찢어져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묶어놓기는 했지만, 업종 간 시너지는 거의 나지 않는다. 2009년까지도 은행 비중은 90%에 근접했다. 이후 4년간 은행 비중은 5.7%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영역이 성장이 너무 더디다. 2012년부터 보험영역이 조금 빠르게 비중을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대와는 차이가 크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말 기준 은행 지주회사의 연결기준 경영실적 자료는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회사 무용론도 나온다. 옥상옥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 회장 자리 하나가 생긴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아냥도 곳곳에서 들린다.
올해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계열사 간 연계 마케팅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엄청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취지는 갈수록 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