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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뺨맞은 금융당국, 산업은행에 화풀이?

  • 2014.07.15(화) 08:14

대기업 구조조정 잇달아 실패하면서 책임 공방
결과만 가지고 시시비비 '보신주의' 득세할 수도

STX와 동양 등 대기업 구조조정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책임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이 삐걱대고 있는 동부와 팬택 역시 같은 이유로 논란이 한창이다. 책임 공방은 먹이사슬 형태를 띠고 있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금융당국은 다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에 책임을 묻는 식이다.

반면,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정상을 참작하지 않고, 실패에 따른 책임만 묻는다면 보신주의가 심해지면서 앞으로 구조조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감사원, 금융당국 업무태만이 동양사태 원인

감사원은 14일 경실련을 비롯한 3개 시민단체가 지난해 10월 청구한 동양사태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동양사태는 금융당국의 업무 태만이 원인이라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우선 금융위에 대해선 대기업이 대주주인 증권사가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면서 동양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회사채 독자신용등급제 도입 등을 미루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지도와 검사업무를 게을리했다고 평가했다. 2008년부터 동양증권의 투기등급 회사채 불완전판매 등을 여러 번 확인하고도 제대로 추가 조처를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동양사태를 방치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도 걸고넘어졌다. 동양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에 대한 부당 지원의 소지가 있고,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는 거래를 묵인하면서 대출을 비롯한 추가 지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 경실련을 비롯한 3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동양사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 금감원은 산업은행에 구조조정 실패 ‘화살’

지난해 공중분해 된 STX그룹의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책임론도 함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엔 금감원이 STX를 비롯한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을 전담해온 산업은행에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산업은행이 여신 심사는 물론 사후 관리에도 소홀했던 탓에 구조조정에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물을 태세다. 특히 산업은행이 지원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주채권은행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팬오션 인수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다가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 역시 포스코만 믿다가 타이밍을 놓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팬택 역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기보단 출자전환을 핑계로 이동통신 3사에 칼자루를 맡기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책임 공방 속 보신주의만 득세할 수도

반면 구조조정이 책임 공방으로 흐르면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대기업 구조조정이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결과만 보고 시시비비를 가리다 보면 구조조정 주체들이 모두 보신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파장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조치를 최대한 늦추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해당 기업이 망한 뒤 시장 조치를 미룬 걸 문제 삼다 보면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선 원칙만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야 책임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 역시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수익성이 고꾸라지면서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국가 경제를 내세워 무조건 지원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국이 채권은행만 몰아붙이다 보니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오히려 이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선 경제적인 판단은 물론 정치적인 고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결과에 대한 판단 역시 이런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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